지난 해 말 주민등록부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바야흐로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지금, 65세를 노인이라 할 수 있을까?
노인 나이를 65세 기준으로 정한 것은 1889년 ‘철의 재상’이라 불리는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최초로 연금보험제도를 마련하면서 국가 재정상 지원이 가능한 정도의 규모를 정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로부터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기준을 고민 없이 따르고 있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우리 인생도 일반적으로 배움의 시기와 일하는 시기로 나뉘었던 것 같다. 100세 시대가 된다면 사람들은 훨씬 더 오래 일해야 할 것이고 90세에도 자기 계발을 해야 할지 모르는 때가 이미 도래했는데도 말이다.
우리가 흔히 ‘모지스 할머니’라고 부르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1860~1961)는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미국의 국민화가로 활동했다. 모지스 할머니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70이 넘도록 농장일과 자수 놓는 일로 일생을 살았다. 관절염이 심해져 바느질 대신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서툴지만 자신이 살던 농장 모습,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작품 ‘퀼팅 모임’(1950년 작)은 모지스 할머니가 살던 마을에서 긴 겨울동안 봄이 오기까지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천에 자수를 놓고, 그 천 속에 솜을 넣어 누비는 퀼팅을 하며 공동체 의식을 쌓았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다. 머리가 희끗하고 나이 지긋해 보이는 할머니가 왼편에 앉아 색감을 배치하고 바느질하는 것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화면 앞쪽에는 한 상 가득히 식사가 준비되고 있어 마치 즐거운 축제 같다.
모지스 할머니처럼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면 지금부터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소중한 일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