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최악의 물난리에 이어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시름 하는 전남에 2012년 막대한 피해를 안겼던 ‘볼라벤’과 유사한 강도의 강력한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보되면서 전남 전역이 비상 상황이다.
특히 북상 중인 제8호 태풍 ‘바비(BAVI)’가 최대 300㎜에 달하는 집중호우를 26~27일 지리산권에 뿌릴 것이란 광주기상청 전망까지 나오면서 섬진강 홍수 피해조차 수습하지 못한 구례·곡성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4일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북상하는 태풍의 오른편에 놓인 전남은 오는 26일 낮부터 27일 오전까지가 최대 고비다. 이 기간 예상 강우량은 50~100㎜, 지리산권은 100~300㎜다. 해안지역은 초속 40~60m의 강력한 바람이, 내륙에선 초속 35m의 강풍이 예보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바람이 초속 25m가 넘으면 웬만한 지붕이 날아갈 수 있고 33m가 넘으면 기차 탈선도 가능하다. 초속 44m의 강풍은 커다란 돌과 사람마저 날릴 수 있고 이보다 더 강한 초속 54m의 바람은 웬만한 건물이 붕괴된다.
광주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은 지난해 태풍 링닝, 2012년 내습한 볼라벤과 바람의 강도, 이동 경로 등이 비슷하다. 특히 지리산권에 집중 호우가 예보된 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력한 태풍 북상 소식에 전남은 초비상이다. 지난 8, 9일 집중호우에 따른 물난리로 4000억원대 피해를 본데다 유실된 하천 제방과 산사태 발생지 등을 채 응급 복구 하기 전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제방이 유실된 도내 192개 하천 가운데 응급 복구가 마무리된 곳은 128개에 그친다. 나머지 64곳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토사가 떠밀려오거나 유실된 도로 120곳은 이날 현재 3곳을 제외한 117곳의 응급 복구가 끝났다. 산사태 지역은 더 비상이다. 최근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401개소 가운데 응급 복구한 곳은 289곳에 그치고 112곳은 아직 복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수해 지역민의 걱정도 태산이다.
특히 구례·곡성·담양 등 피해가 큰 수해지역의 경우 농경지, 하우스 시설, 주택 등 민간시설 침수 피해 복구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태풍을 맞아야 할 형편이다. 물난리 이후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군인을 제외한 민간봉사자들의 발길이 사실상 끊기면서 이들 지역은 복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물난리로 발생한 이재민 5090명 가운데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한 주민도 318명에 이른다.
여기에 응급 복구한 하천제방과 도로, 산지가 이번 태풍에 견딜 수 있을지, 이번 태풍이 더 큰 물난리를 몰고 오는 게 아닌지 걱정이 꼬리를 문다.
구례 양정마을에서 소를 키우는 이복순(여·65)씨는 “섬진강 물난리로 기르던 70마리 가운데 41마리가 강물 따라 떠내려가 버렸고 축사 옆집도 물에 잠겨 무너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서시천 제방이 밤이 아니라 아침에 무너지면서 목숨은 챙겼다”며 “이런 상황에서 태풍까지 몰아친다니 앞으로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땅이 꺼지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구례=이진택 기자 li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