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여름휴가 풍경도 바꾸어놓은 것 같다. 인파가 바글바글한 유명 해수욕장이나 명소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연스러운 숲속 계곡이나 조그만 바닷가에서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도 이번 휴가로 캠핑이나 글램핑을 다녀왔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실제 전남 지역에 캠핑장이나 글램핑장도 많아졌다. 최근 캠핑이 우리 시대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한 것이다.
캠핑 좀 다녀본 사람에게 들어본 캠핑낭만의 끝판왕은 모닥불로 모기 쫓고 장작불에 바베큐 후 밤바다에 쏟아지는 별 이야기다. 집 놔두고 여러 수고를 하면서 고생하는 것이 달갑지 않아 떠나보지 못했지만 요즘 대세라는 캠핑을 1박2일이라도 다녀와야 할까보다.
그림 그리는 여행자로 알려진 작가 전영근(1970~ )의 ‘여행’(2011년 작)은 캠핑을 위해 온갖 짐과 장비, 먹을 것과 책 등을 바리바리 싣고 길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겨운 작품이다.
화면 속 작은 자동차는 요란하지도 않고 특별할 것도 없는 담요, 낚싯대, 우산, 옷가지, 책, 수박과 복숭아 등이 섞여 어딘가를 향해 떠나려는 설렘이 가득 담겨있는 듯하다. 꼭 필요한 것만 챙겨 길을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자동차 뒤창에 어른거린다.
여행길 풍경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인간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오고 있는 작가는 특히 ‘여행’ ‘행복한 여행’ ‘아주 특별한 여행’ ‘여행자’ 등 개인전을 통해 일탈을 꿈꾸면서도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잠시 여유와 행복에 젖는 시간을 갖게 한다.
강원도 원주에서 거주하면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일상에서 보이는 사물들은 때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삶의 이야기를 조용하고 가식 없이 전해준다”고 말하고 “소박하게 길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마음을 담았다”고 들려준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관·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