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곳 6850억 계약 체결…광주시 계획 변화 불가피
“소유권 완전 이전 전까지 전방·일신방직과 협의”
한때 광주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전방(옛 전남방직), 일신방직의 광주 공장 부지가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됐다. 광주시는 해당 부지에 시민편의와 공익성을 담보한 문화시설 조성 등을 준비 중이었으나, 이번 부지 매각으로 아파트 건립 등이 거론되면서 “또 아파트 숲이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광주시와 지역 업계에 따르면 전방은 자산운용 효율화와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광주 북구 임동 광주 공장 부동산을 3660억14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지난 23일 체결했다. 인접한 일신방직도 3189억8600여만원 규모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부지 규모는 전방은 16만1983㎡, 일신방직은 14만2148㎡이다. 3.3㎡당 740만원선에서 매각가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계약에는 매각 대금, 부지 규모, 장소의 상징성에 대규모 택지 개발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지역 사회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2곳 모두 부동산 개발 업체인 엠비엔프라퍼티와 휴먼스홀딩스에 양도한다. 양도 예정일은 내년 6월 30일이다. 거래 대금은 계약금으로 10%를 지급하고 잔금은 사전협상 종료일에 주기로 했다.
매각이 이뤄지면 광주시의 기존 개발 계획 구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방직산업 메카인 공장 터를 개발하고 시민 편의와 공익성을 담보한 계획안을 마련해 전방, 일신방직과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개발 계획을 구상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해 왔다.
전방과 일신방직은 평동산단에 운영 중인 공장의 생산 능력을 설비 현대화 등으로 늘려 임동 공장을 이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방 임동 공장은 2017년 말 가동을 중단했으며, 일신방직은 가동 중이다.
두 업체는 임동 공장 부지 용도를 공업용지에서 상업이나 주거 용지로 변경해 호텔, 업무 시설, 쇼핑 시설, 주상복합 시설, 도로, 공원 등을 조성하겠다는 제안서를 지난해 8월 광주시에 제출한 바 있다.
시는 이와 별개로 도시계획, 경관, 교통, 문화, 환경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계획을 마련한 뒤 업체와 본협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시는 조건 없는 토지 용도변경은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땅값 상승액의 절반 정도를 공공 기여금으로 받는 방침도 정했다.
이번 부지 매각 계약으로 개발 계획에 변수가 생겼지만, 광주시는 협상 상대방을 토지 소유자라는 원칙을 유지하기로 했다.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기 전까지는 전방, 일신방직과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일단 매각 경위를 파악하고, 시의 협상 방침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임동 방직 공장은 1935년 일본 방직업체가 설립한 공장이 모태로 시민에게는 일제 수탈의 아픔과 산업화 시기 여공의 애환이 서린 근대 산업문화 유산으로 남아있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물러가고 정부 소유 전남방직 공사로 출범했다가 1951년 전남방직 주식회사로 민영화됐으며 1961년에는 일신방직이 분할됐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