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 아이들 영화 만드는 광주 YMCA 도시형 대안학교 ‘별별학교’
‘자퇴생 편견’ 깨기 위해 시작…시나리오 쓰고 기획·촬영까지
단편영화 ‘괜찮아’ 광주독립영화제 초청 “영화로 위로받기를”
매년 학교 밖 청소년의 이야기를 단편영화로 제작하는 학교가 있어 눈길을 끈다. 2013년에 개교한 ‘별별학교’가 바로 그 주인공. ‘별별학교’는 광주 YMCA가 운영하고 있는 도시형 대안학교로, 학생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학교다.
이들은 문화예술과정 ‘별무리필름’ 수업에서 매주 수요일 2시간씩 자신(학교 밖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단편영화로 제작해왔다.
별별학교 학생들이 만든 단편영화 ‘괜찮아(It‘s all right, 2023)’가 제12회 광주독립영화제 ‘메이드 인 광주 단편 신작선’ 섹션에서 지난 24일 상영됐다.
2020년부터 수업을 시작해 3년만에 영화제에 초청되는 성과를 이룬 것이다. 전문적으로 영화를 배운 적이 없는 학생들이 직접 시나리오 작성부터 기획, 촬영까지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만들어냈고, 거기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냈기에 그 의미가 깊다.
‘괜찮아’ 촬영을 하며 아이들이 내면의 상처와 고민을 꺼내놓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주인공 친구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보다 굉장히 순화해서 표현했어요. 처음에는 친구들이 이러한 경험을 털어놓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했습니다.남들과 다른 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보니 괜찮더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자퇴생뿐만 아니라 선택의 기로에 놓인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결정에 믿음과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총 각본·감독을 맡은 김은지(여·18)양은 영화 제작에 몰입하면서 과거의 경험이 아프기만 한 상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자퇴생을 바라보는 편견을 깨고자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과정은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순화시키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완성작을 보는데 다 같이 눈물바다가 됐다”며 “자신만의 선택을 해나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친구들도 위로와 용기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아란(여·30) 담임교사는 ‘사회가 요구하는 정답을 찾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그 모든 선택이 의미 있음을 깨닫는 과정’이었다고 지난 3년간의 별무리필름 수업을 돌아봤다. 그동안 여러 영화제에 출품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꿋꿋이 수업을 계속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안학교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각자의 선택과 결정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과 빛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 당당하게 살기를 바랍니다.”(이아란)
별무리 필름 수업을 담당했던 정광식 개미필름 대표는 “시나리오 제작부터 촬영, 편집까지의 제작 전 과정에 별별학교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며 “앞으로도 건전한 청소년 영화문화를 조성해 청소년들이 그들의 생각과 고민이 담긴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빈 기자 lyb54@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