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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여성 상인’으로 산다는 것

by 광주일보 2023.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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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성재단 구술채록담 ‘시장은 나의 힘’ 발간…두번째 아카이빙
5개 시장 상인 6명 발굴…50여년 세월 고군분투 상인 여성사 기록

광주여성가족재단의 ‘광주여성생애 구술사 사업2’ 전통시장 여성상인 편에 참여한 박금자, 한순덕, 문경자 씨. <광주여성가족재단 제공>

“우리 애기 아빠는 요령이 없어갖고 장사를 좀 못해, 호인(好人)이어가지고. 장사는 좀 뭐랄까? 기술이 있어야제. 장사도 아무나 한 거 아니제. 근데 지금 애들은 다 성격이 낫낫해갖고(상냥해서) 잘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으니까.”

45년간 대인·서방 시장에서 의류판매업에 종사해온 한순덕씨는 광주 시장역사의 산 증인이다. “내가 사라져도 시장은 영원하길 바란다”는 한 씨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한 같은 게 서려 있다. 알고 보니 대인시장 입주작가에게 판소리를 배워 전국국악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광주여성가족재단(대표 김경례)이 최근 전통시장 여성상인들의 구술채록담을 담아낸 ‘시장은 나의 힘’을 발간했다. 2021년부터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아카이빙 사업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재단은 모집공고를 통해 광주 5개 시장의 상인 6인을 발굴했다. 앞서 언급한 한순덕씨를 비롯해 박수복(양동시장, 식당), 박금자(서방시장, 방앗간), 구순자(남광주시장, 수산업), 정명순(양동시장, 한복), 문경자(말바우시장, 과일노점상)씨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62~81세에 장사경력도 32~54년에 달한다.

구술사 기록은 아래로부터 솟는 역사라 할 수 있다. 가부장제의 권위의식 속에서 여성 삶의 기록은 그동안 주류에서 밀려 나 있었다. 이번 작업은 기존의 위계구조를 타파하는 대안적 탐구라 할 수 있다.

재단은 변두리의 여성사를 기록하기 위해 2021년 구술채록단을 꾸렸다. 지난 2022년 6월 29일부터 8월 10일까지 시장의 지역사적 의미, 구술채록 실습 등을 교육했으며 이를 통해 김강현, 이정선, 임미숙, 장상은, 정현아, 조경미 씨가 구술채록사업 필진으로 참여했다. 사진과 영상 촬영에는 영상기획 전문가인 육수진 감독이 힘을 보탰다.

구술 작업은 상인들의 목소리를 수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의 철학적, 문화유산적 담론까지 포괄한다. 이번 책은 1970년 격동기부터 90년대 시장 쇠락기에 이르는 상인 여성사를 담고 있다. 생계를 위해 고투해 온 삶 속에 드리워진 여성상인들의 삶의 철학까지도 엿볼 수 있다.

1943년 나주 금천면 신천리에서 태어난 박수복씨는 1950년 한국전쟁 때 빨치산에 시달리다가 광주에 터를 잡았다. 이후 방직공장에 취업했으며 27세에는 전남여고 앞에서 호떡과 튀김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박씨는 양동시장에 터를 잡고 지금까지 54년간 생계를 꾸렸다. 아동복 장사에서 천 원 백반 식당까지 업종을 확장한 박씨는 “새벽에 세 시나 네 시 되면은 시골 섬에서 김 갖고 오는 장사들이 나를 깨웠다”며 “막 문을 뚜드려 깨우면서 밥 주라고, 글믄 또 그때 인나서 밥하고 나물 삶고 해서 무쳐서 밥을 해서 줬지. 빼(뼈)가 노그라지게 장사했지”라며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이 내 인생에서 꽃피는 봄날”이라고 말했다.

남광주시장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구순자씨는 당초 운동특기 장학생으로 순천여고에 입학했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부모님 가게를 맡아 수산업과 연을 맺었다. 수협 중매인인 남편을 만나 22세에 결혼한 구씨는 수산 점포를 개업 후 남광주시장 상인회장까지 역임할 정도로 부지런한 삶을 살았다.

장터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을 붙들기 위한 이들의 경험담은 단순한 상행위를 넘어 잔잔한 여운마저 느끼게 한다. 말바우시장의 문경자씨는 “발 시려워 떠는 이가 시장을 지나가면 양말 하나, 참외 몇 개 주는 기쁨을 느꼈다. 눈에 띄는 대로 양말 한 커리(켤레) 신겨 주면 너무 행복했다”며 지난 시절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여기 있으면 ‘원숭이 구경’을 따로 갈 필요가 없다. 오만 것들을 다 보는 시장은 내가 여왕이 되는 삶의 놀이터”라며 미소를 지었다.

책은 시장에 진입하게 된 계기부터 업종별 노동경험, 시장별로 상이한 상업행위 특성 등도 담았다. 무엇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한 고충과 시장 고유의 공간성에 주목했다. 특히 스스로 체득해 낸 장사의 방법론을 인생사와 연결한 점이 눈길을 끈다.

책에는 ‘전 생애의 서사를 통해 의미를 포착하는 작업’이라는 구술사의 의미가 오롯이 투영돼 있다. 여성들이 쇠잔하는 광주 시장사를 지탱하는 보가 돼 광주역사의 또 다른 한페이지를 장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김경례 대표이사는 “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구술자분들과 채록단에게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광주여성들의 활동과 삶을 시민과 함께 역사로 만드는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무료로 배포. 책을 받아보려면 재단으로 연락하면 된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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