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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작품에 모인 ‘빛’, 희망을 노래하고 행복을 이야기한다”

by 광주일보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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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길 화백, 2023년1월8일까지 서울 가나아트센터서 초대전
‘빛’의 변천사…방대하고 독창적인 예술세계 되돌아보는 자리

‘우제길:빛의 고고학’전이 열리고 있는 가나아트센터에서 포즈를 취한 박서보(왼쪽) 화백과 우제길 화백.
 

어린 시절 일본 쿄토에서 본 ‘반딧불이’는 오랫동안 그의 마음에 남았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 그 반딧불이는 평생을 거쳐 ‘빛’을 쫓는 긴 여정의 출발이 됐다. 기하학적인 형태로 시각화된 ‘빛’은 그에게 절망을 뚫고 나오는 희망이기도 했고, 짙은 어둠 속을 가르며 쏟아져 나오는 밝음이기도 했다.

‘빛의 화가’ 우제길(81) 화백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 센터 전관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고 있다. 내년 1월 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빛’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그의 방대하고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만나는 자리다. “남들이 하지 않는 작업을 해야한다”는 신념으로 꾸준히 변화를 모색하며 일궈된 성과들이다.

전시 관련 글을 쓴 심은록 평론가는 우제길 화백을 “평생 빛을 발굴하고 있는 ‘빛의 고고학자’”라 칭했고, 전시 제목은 ‘우제길:빛의 고고학’으로 명명됐다.

전시에는 그가 독자적으로 구축해 온 색면추상(色面抽象)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는 대형 작품 30여점이 나왔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가나아트 전시팀은 몇 차례 우 화백의 광주 작업실겸 우제길 미술관을 방문, 방대한 작품 전체를 살피고 컨셉에 맞는 작품을 선별했다. 특히 신작 출품을 적극 독려했고, 이번 전시에는 변화를 모색한 ‘또 다른’ 빛 시리즈가 새롭게 선보인다.

최근의 작품은 젊음의 기운이 물씬 풍기고, 희망을 주는 메시시자 담겨 있다. 작품에 작가의 삶이 그대로 담긴다고 본다면, 근작들에는 새로운 빛을 찾아 행복하게, 쉬지 않고 작업하는 그가 보인다. 우 화백은 “내 작품에는 세상의 모든 빛이 다 들어 있다. 반딧불이부터 시작해 다양한 빛이 모여들었고, 희망을 노래하고, 행복을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우 화백은 꼼꼼한 아카이브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1957년 중학교 3학년 때 크레파스로 그린 ‘자화상’에서 부터 시작되고, 빛과 색, 면 등의 조형 요소들이 다양한 변주를 이루며 변화하는 모습을 연대순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에서는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꾸준하게 선보이고 있는 ‘빛(Light)’, ‘리듬(Rhythm)’, ‘작품(Work)’ 연작 등 각 시대의 대표작들을 통해 ‘빛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군청색이 섞인 검정색 톤의 추상화가 주를 이루는 1980년대를 거쳐 녹색, 적색, 갈색 등이 첨가되면서 색조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 한지를 이용해 실험적인 작업들을 선보이던 2000년대 작품이 눈길을 끈다. 지그재그 겹치는 방식으로 기하학적인 화면을 구성한 그의 작품에서는 빛의 리듬감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조형성과 깊이 있는 빛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다양한 색채가 돋보이는 최신작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주황, 녹색 등 강렬한 원색의 ‘넓은 면’을 전면에 배치한 작품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지난해까지의 작업이 얇은 띠 형태의 줄을 조합해 조형성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넓은 면처리로 강렬한 인상을 주려 했습니다. 자연스레 색의 비중이 커지고, 알록달록 색동네가 되더군요. 제일 마지막까지 잡고 있었던 작품인데, 대표작으로 내놓아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또 마치 소용돌이처럼 보이는 원형 구조 안에 빛의 확산을 표현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어릴 적 만난 반딧불이를 평생 쫓아다녔지만, 지금도 여전히 빛에 대한 새로움을 쫓는 인생인 것같습니다. 우제길의 마음에 빛은 여러 모습으로 남았고, 빛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어요. 1980~90년대는 블랙의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솟아난 빛이었습니다. 이후에는 행복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빛으로 변모했지요.”

그는 앞으로의 작업이 또 어떻게 변할지 자신도 궁금하다고 했다. 더불어 자신의 작품 세계 뿐 아니라, 한국 미술의 한 단면을 보여줄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를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우 화백은 이번 전시와 관련해 자신의 뿌리였던 광주의 추상그룹 ‘에포크’와 미술을 정식으로 전공하지 않은 자신을 늘 이끌어주었던 스승 배동신·강용운·양수아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우 화백은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 인기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제18회 문신미술상을 받았다. 또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선정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00인에 꼽혔으며 일본, 프랑스, 독일 등 해외전을 포함해 100회 이상의 개인전, 90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한편 지난 16일 열린 전시 개막식에는 지난 1973년 에뽀끄 10주년 행사에서 처음 만난 후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박서보 화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92세의 노화백은 넓은 전시장에 걸린 작품을 일일이 살피고 뒷풀이 자리에도 함께 참석해 우 화백을 격려했다. 박 화백은 “우리 더 열심히 작업하자”며 덕담을 건넸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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