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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년의 변화] “줄이고 아껴도 나눔 있어 이겨낼수 있었죠”

by 광주일보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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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7일 오후, 광주 북구청어린이집 원생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채 윷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3년 전 갑작스럽게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코로나19 팬더믹 3년 간의 세월 속에 일상의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표준을 뜻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코로나19와 함께 한 3년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상 속 소중함을 돌이켜보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평가다. 특히 방역이라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자유가 억압받는 상황에서 ‘우리’보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개인보다 단체를 중요시했던 조직 문화에서 탈피해 ‘가족’과 ‘나’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됐다.

'즐기는' 혼자하는 여행·식사…온전히 내시간 즐길수 있어

직장인 정경숙(39)씨는 코로나19 덕에 혼자해서 소중한 일상을 깨달을 수 있었다. 15년 차 직장인인 그에게 평일 점심시간은 대부분 거래처 관계자나 상사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사자리에 동석하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업무의 일부라고 느껴질 정도로 여간 불편하게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업무에 대해 넘치는 의욕과 자부심은 불편한 점심시간마저 당연하다 여기고 넘어간 시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재택근무가 잦아졌고 혼자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자 그녀의 생각에도 변화가 왔다. 혼자하는 점심시간 1시간은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바뀌어갔다.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먹는 것은 당연했고 그다지 허기지지 않다면 여유롭게 베이커리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게됐다. 한 시간동안 업무를 잊고 주문한 커피와 빵을 즐기며 여유를 보낼 수 있게 됐다. 경숙씨는 “함께하는 식사자리에 염증을 느껴가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혼자가 된 점심시간이 이제는 힐링하는 시간이 됐다”며 “코로나 초창기엔 자유를 억압받는 시기라 생각했지만, 우연한 기회로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헤라(28)씨는 코로나19로 새로운 여행을 즐기는 중이다. 1년에 서너 차례 해외여행을 갈 정도로 나라별 여행계획을 세우는 게 취미였지만, 코로나로 해외출국 길이 막히면서 그녀는 시선을 국내로 돌렸다. 국내여행은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다녀본 게 전부였지만, 최근 3년 간 강원도와 경기도 제주도 등 그동안 눈길조차 가지 않았던 국내 여행지 곳곳을 혼자 돌아보는 중이다.

헤라씨는 “국내여행을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됐다. 특히 사람 없는 곳을 피해 젊은층이 잘 다니지 않는 사찰 등 문화재를 혼자 찾는 재미가 컸다”며 “과거엔 혼자 떠나는 여행은 엄두가 안 났지만,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었고 생각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해외여행이 가능해졌지만 올 겨울 제주도 한라산 등반은 꼭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줄이는' 높은 물가에 금리 인상까지…차분해진 명절

코로나 19 팬데믹 3년만에 풍성했던 한가위가 확 달라졌다. 그 해 거둬들인 쌀과 과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가족, 친지, 이웃들과 나누며 함께 즐거워하던 모습은 사라져가고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러-우크라 전쟁 등 온갖 악재가 겹쳐 물가는 무섭게 오르고, 잇단 금리 인상으로 가계경제가 위기에 직면하면서 넉넉하고 풍요로워야 할 추석 명절임에도 서민들의 시름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명절 대목을 누려야 할 상인들은 비싼 농축수산물 가격에 “파는 것도 미안할 지역”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사는 손님들도 얇아진 지갑 탓에 선뜻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한다.

한숨이 깊어지는 건 상인들뿐만이 아니다. 치솟는 물가에 대출금리가 가중되면서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은 점심 한 끼 마음 편히 먹지도 못할 정도다. 당연히 차례상 차리는 것조차 부담을 느낀 서민들은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지난달 새 아파트로 입주했다는 김모(40)씨는 ‘내 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은행 대출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받은 그는 분양 당시 2%대였던 금리가 4.66%까지 올라 이자 부담만 매달 40만원이 더 늘었다. 그렇게 앞으로 35년간 매달 140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김씨는 “월급 실수령액이 300만원 정도인데 대출금을 갚고 공과금 등을 제하면 수중엔 70만~80만원이 고작”이라며 “생활비조차 빠듯한 탓에 이번 추석에는 상차림을 줄여 차례를 지내고 음식도 간단히 장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3년, 여러 번 명절을 맞다 보니 아예 차례를 없애는 것은 물론, 슬프고 기쁜일 일수록 널리 알리고 나눠야 한다는 오래된 장례문화와 결혼문화 역시 큰 변화를 맞았다. 결혼식과 장례식장을 방문해 ‘얼굴을 비춰야 한다’는 강박은 자연스레 사라졌고, 계좌를 통해 부의금을 송금하는 것이 이제 문화가 됐다. 명절과 집안의 애경사가 있을 때면 일가 친인척을 비롯한 대가족, 지인들이 한데 모여 안부를 전하고 웃음꽃을 피웠던 우리의 오래된 문화도 코로나19 팬데믹 3년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나누는' 힘들수록 나눔 실천…더 풍성해진 ‘명절 온정’

“코로나19에 고물가까지, 어려운 시기지만 명절 때만이라도 넉넉한 마음으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일 광주시 북구 임동 행정복지센터에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이 찾아왔다. 지난 2011년부터 명절마다 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와 기부금을 전달해 온 노대숙(81)씨다. 수십년 화학 약품을 다루는 일을 해 온 터라 거칠어진 그의 손에는 이날도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가 들려 있었다.

노씨는 11년에 걸쳐 총 23차례 기부를 해 총 1230만원을 나눴다. 어렸을 적 부모가 동네 주민들과 음식을 나누며 명절을 즐겼던 것처럼, 자신도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는 삶을 살고 싶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2월부터 “힘든 때일수록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본인이 나눔을 더 실천해야 한다”며 기부금을 70만원으로 늘렸다.

코로나19 3년의 세월로 가장 힘들었던 건 취약계층과 어려운 이웃들이었다. 코로나19는 ‘비대면’을 일상처럼 바꾸었고, 사람들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우선하게 됐다. 자연스레 소외 이웃을 위한 관심과 온정도 줄어들었는데 광주·전남 보육원, 복지관 등에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후원금이 10~50%까지 줄어들었다는 한탄이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명절 온정’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최근 길었던 팬데믹이 끝날 기미를 보이면서 다시 불이 붙고 있다. 힘든 때일수록 자신보다 오히려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이 나눔 의지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최근 노씨와 같은 뜻을 갖고 명절 기부를 하는 이들이 속속 늘고 있다. 광주시 북구 두암2동 새마을협의회는 6일 쌀 10kg 30가마니를 독거노인, 어려운 가구 등에 기부했으며, 광주시 북구 중앙동에서도 개인기부자 조종석씨 등이 지난달 31일 복지사각지대 취약계층에 나눠달라며 10㎏ 쌀 10가마니 등을 기부했다. 동 행정복지센터뿐 아니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여러 단체에서도 기부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오늘의 포토] 추석 분위기 물씬

추석을 앞둔 5일 과일 도매상들이 광주시 서구 매월동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물동에서 출하된 과일을 경매하고 있다. /나명주기자mjna@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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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토] 정성 가득 송편 빚어요

추석을 앞두고 1일 광주시 북구 양산동주민센터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부녀회원들이 유치원생들과 함께 송편을 만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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