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0주년 기념 뮤지컬 ‘광주’ 올해 공연 막내려
광주 1000 여명 등 지방 순회공연 1만3000명 관람
배우들 열정적 연기 돋보여…내년도 서울 등서 공연
“진실을 진실로 알고 진실되게 행하는 자 진실 속에 영원히”
극의 마지막, 꽃으로 장식한 커다란 액자가 무대 위로 서서히 내려온다. 영정사진을 대신한 글귀는 어떤 외침과 수사보다 강렬하고 숭고하다. 어느 결에 ‘산자’와 ‘죽은자’ 그리고 진압군이 어우러져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오케스트라의 선율 속에 울려 퍼지는 ‘님을 위한 행진곡’은 오늘 우리에게 광주의 ‘진실’과 그 진실을 향한 여정의 당위성을 묻는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광주’가 11~13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총 54회 공연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며, 올해의 막을 내렸다. 내년에도 서울을 비롯한 지방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뮤지컬 ‘광주’는 서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에서 10월 한 달 동안 서울 공연과 고양, 부산, 전주 등 지방순회공연에서 1만3000여 명 관객을 유치했으며 광주 관객 1000여 명 총 1만4000여 관객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작품은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이 라이브(주), 극공장소 마방진과 함께 제작했으며 고선웅 연출, 최우정 작곡, 이성준 음악감독이 참여했다. 여기에 뮤지컬 배우 민우혁, 테이, 서은광(비투비) 등 창작진과 출연진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공연이 펼쳐진 11일 오후 7시 30분, 시민들과 관객들의 표정에는 첫 광주 공연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QR코드 등록 후 공연을 기다리면서도,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그려낸 ‘광주’의 모습이 어떨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이 어려 있었다.
작품 서막은 폭력 시위를 조장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편의대’의 모습을 초점화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기존 계엄군 진압에 희생당한 인물들을 다뤄왔던 데 비해 편의대원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나름의 변별성과 5·18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편의대원 박한수가 광주에서 참상을 목도한 이후 내면 변화를 겪는다는 설정은 중요한 모티브이지만, 전체적인 서사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녹아들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날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당위에는 부합하지만 좀더 면밀하면서도 사실적인 자료 검토로 개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에피소드는 돋보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대동 광주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시민군에게 김밥을 전달하고, 민중가요를 부르며 도청으로 나가는 장면 등은 당시 장면을 옮겨온 것처럼 감동적이었다.
한편으로 시민들을 진압하는 장면이 좀더 부각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것은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북돋워야 한다는 역사적 책무 외에도, 진압군과 편의대원 갈등을 서사화 하기 위한 담보장치로써 요구되는 부분이다.
윤만식 한국민족극윤동협회이사장은 “전체적으로 좋은 작품이지만 반복적인 부분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물론 작품임을 감안해도 편의대원의 반성과 고뇌는 현실적인 부분과는 다소 동떨어진 면이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150여 분 가까운 서사는 다소 지루한 감도 주었다. 10일간의 모든 이야기를 다 담아내려다 보니 압축적이며 임팩트있는 전개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사무처장은 “배우들을 비롯한 출연진의 땀과 열정이 녹아든 무대였다”며 “모두가 하나되는 대동 광주의 정신이 깃든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밝혔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5·18부상자였던 강혜원 씨는 “그동안 광주의 5월을 힘들게 알려왔던 이들에게 뮤지컬 ‘광주’는 정말 기쁘고 감사한 작품이다. 5·18을 잘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