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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기행] ‘작은 네모’ 속의 아날로그 설레임…담양우표박물관

by 광주일보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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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국 관장 50여년간 모은 국내외 우표 30만장 소장
“국내 우표는 최초 우표부터 현재까지 빠짐없이 보관”
한 장 한 장에 담긴 역사 찾아 ‘시간여행’…편지쓰기도

담양우표박물관에 들어가면 정면에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가 전시돼 있다.

박물관에 대한 개념이 사물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뀐 지 오래이다. 단순한 전시가 아닌 교육·체험·감성 중심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아울러 젊은 층의 발길이 예전보다 훨씬 더 늘어나고, 동호회나 가족 단위의 나들이 코스로도 많이 찾고 있다. 주말 또는 휴일에 부담 없이 가볼 만한 흥미로운 박물관들을 소개해 본다. <편집자 주>

‘우리에게 한때 우표는 설레임 이었다’

담양군 대전면에 담양우표박물관이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이다.

나상국 관장이 초등학교 때 ‘모으기’ 방학 숙제로 시작해 50여 년간 꾸준히 모아온 30여 만장의 우표가 소장돼 있는 말 그대로 티끌 모아 태산을 이뤄 놓은 곳이다. 조각가인 나 관장이 자신의 작업장으로 쓰던 건물을 고쳐 지난 2015년 문을 열었다.

나 관장은 박물관을 열게 된 계기에 대해 “우표가 시대의 역사·문화·사회상을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적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가치 인식이 높지 않은데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게 아쉬워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을 갖고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2층 건물로 50평 규모에 제1·2 전시실로 나뉘어 있으며 1전시실은 국내·외 우표를 시대 순으로, 2전시실은 다양한 기념우표들을 전시하고 있다.

담양우표박물관의 특징에 대해 나 관장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부터 현재의 우표까지 빠짐없이 모두 소장하고 있다는 것. 둘째, 국내에서 ‘우표박물관’으로 공식 등록된 1호 박물관이다는 것이다. 이같은 자부심은 전시된 우표의 다양함과 가치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담양우표박물관 제1전시관 내부 모습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은 우표를 많이 사용했던 성인들이 주를 이루고, 가족이나 학교에서 단체로 오는 어린 학생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그 덕분에 지난해 1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는 나 관장의 덧붙임에 이제는 담양 관광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핫한 곳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박물관 관람은 가장 먼저 나 관장의 우표에 대한 ‘상식강의’에서 시작된다. 10여 분간의 PPT를 통한 우표의 역사, 종류, 기능, 가치 등에 대한 설명이 유익하고 재미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 최초의 우표 창시자는 영국의 로랜드 힐이며,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40년 영국에서 발행한 ‘페니블랙’과 ‘펜스블루’로 경매가가 한화 96억원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884년 금석 홍영식 선생이 최초로 발행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표는 1856년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한 장 뿐인 가이아나 우표로 지난 2016년 미국 옥션경매에서 950만달러(한화 100억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고가 우표는 1억6000만원에 달하는 산업도안우표 이다.

그리고 1918년 미국 최초의 항공우표로 발행된 라이트형제 기념우표에 그려진 비행기가 거꾸로 잘못 그려져 대표적인 ‘에러우표’로 꼽히는데, 그 희소성 때문에 가치는 15억원 상당이다. 이 밖에도 우표의 기능은 못하지만 기념으로 제작된 우표의 재질로 금, 은, 알루미늄, 나무, 도자기, 자수, 크리스탈, 실크 등 다양하고 커피향·꽃향 등 냄새나는 우표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

나 관장의 설명이 끝나면 본격적인 관람으로 이어진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맞은 편에 걸려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에서부터 시작된다.

시대 순으로 전시된 우표에 준비되어 있는 돋보기를 대고 한 장 한 장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마치 그 시대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 하다.

한참 따라가다 보면 한국전쟁 당시 참전국별로 감사의 뜻을 표한 우표, 우리나라 최초의 연하우표, 미국의 재발행 우표 등과 마주친다.

특히 최초 연하우표에는 발행 연도가 서기(1957년)가 아닌 단기 4290년으로 표시돼 있어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또 일본으로 보낸 편지가 반려되는 이유가 됐다는 독도우표(1954년 발행), 미국의 에러우표인 라이트형제 기념우표를 바로 잡아 재발행한 2달러 짜리 우표 등도 눈길을 끈다.

제2전시관에 전시된 우리나라 한복 기념우표

2전시관은 1전시관 보다는 색채가 더 화려하고 눈에 띄는 기념우표들이 장식돼 있다.

버섯과 기차를 각각 소재로 한 시리즈 우표, 밀레니엄 기념 우표, 한복 우표 그리고 만화 우표 등 다양하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기념, 남북 정상들의 만남을 기념하거나, 북한에서 발행 중인 우표들이 줄 이어 전시돼 마치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한눈에 보는 듯 더욱 흥미를 끈다.

1·2전시관을 거치고 나면 ‘편지쓰기’ 프로그램으로 관람의 끝을 맺는다.

나 관장은 “박물관에 머무는 짧은 시간만큼은 휴대폰 통화나 문자 안부 대신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해서 편지쓰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몇몇 관람객들은 그간 자주 교류하지 못해 갈등을 겪었던 가족 또는 지인들과의 관계가 한 통의 편지를 통해 좋아졌다는 소식도 전해왔다”고 덧붙인다.

버섯시리즈 기념우표.

나 관장은 의미 있고 소중한 우표를 더 오랫동안 공유하기 위해서 전시된 한 장 한 장에도 정성을 다해 관리하고 있다.

조명을 오랜 시간 받다 보면 인쇄물인 우표가 변색 될 수 있기에 우표마다 자외선 차단 필름을 씌우고, 조명도 자외선 차단등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매년 50~60종씩 새로 발행될 때마다 구입해 우표 역사의 흐름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비록 개인박물관이지만 지역의 명예도 걸고 있는 만큼 관람객들에게 최상의 전시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나 관장의 바램은 아직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수많은 우표를 선 보일 수 있는 제2의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 한다.

작은 네모에 담긴 아날로그의 설레임을 계속 전하고 싶은 나 관장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의 많은 관심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사진=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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