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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알리는 프랑스 대학생들…수년째 다큐 제작

by 광주일보 202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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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에펠대학 티에리 봉종 교수
2018년부터 학생들과 광주 방문
여순사건 등 석사 졸업작품 발표
“역사왜곡 여전…단호히 대처해야”
내년 파리서 5·18사진전 개최 논의
학생들 “5·18 시민 연대 발견 감격
세상 사람들이 광주의 역사 알아야”

프랑스 구스타브 에펠대학 티에리 봉종 (Thierry Bonzon·61) 교수가 9일 오후 광주시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5·18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 대학생들이 지난 2018년부터 광주를 방문해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세계에 알리고 있다.

프랑스 파리 구스타브 에펠대학 ‘웹과 인문학’ 수강생들은 석사과정을 마치려면 필수적으로 한국 역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야 하는데 광주 5·18을 주제로 선택하고 있다.

9일 광주 영화영상인연대 등에 따르면 프랑스 구스타브 에펠대학에서 ‘웹과 인문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과 교수 등 50여명이 지난 8일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을 이끄는 교수는 프랑스 구스타브 에펠대학 현대사 종신 학과장인 티에리 봉종 (Thierry Bonzon·61) 교수다.

봉종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가져왔고, 이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대학 석사과정 졸업 요건에 한국 역사를 주제로 졸업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지정하고 있다.

석사과정 졸업반 학생들은 매년 5·18민주화운동을 포함해 여순사건, 제주4·3사건 등 한국의 다양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를 선정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에펠대학은 지난 2013년부터 부산 동의대와 자매결연을 맺어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4~5명의 프랑스 학생들로 이뤄진 팀이 하나의 주제를 선택하면, 동의대 영화학과 학생들이 제작을 도와주는 식이다.

이날도 영화를 전공하고 석사과정 졸업반인 페니 스텐케스트(Fanny Steenkeest·여·25)와 아질린 슈뉴(Azeline Chenu·여·23)씨는 5·18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5·18재단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에 공개된 5·18관련 16㎜ 필름 영상을 보고 5·18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스텐케스트씨는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보여준 5·18 영상을 보고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며 “군인들에게 일반 시민들이 무참히 맞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세상 사람들이 광주의 역사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5·18 다큐제작의 이유를 밝혔다.

슈뉴씨는 “5·18에서 무엇보다 시민들 간 연대를 발견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며 “내일 다른 팀원 2명이 입국하는데 이들과 같이 광주를 돌아다니며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5·18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광주의 예술을 주제로 영상을 찍고 있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만난 봉종교수는 “학생들이 구하는 자료, 내용의 깊이 등은 한국 학생들이 봐도 놀랄 정도다”라며 웃어 보였다.

봉종 교수는 한국의 수많은 역사적 사건 중에서도 특히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독재가 다시 나타나고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만큼, 광주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 모습이 세계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봉종 교수는 “2016년부터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광주를 방문해 5·18을 연구하고 있다”며 “5·18은 독재권력에 무너지기 쉬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큰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과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있는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광주의 5·18은 세계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민주주의를 지켜기 위해 더 많은 국가에서 5·18의 정신과 가치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5·18민주화운동이 벌써 43주년이지만 아직도 왜곡이 심한 것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시간이 흐르고, 증언과 팩트가 나왔지만, 아직도 이렇게 왜곡이 심한 역사적 사건을 세계적으로 찾기 힘들다”며 “이럴수록 더욱 진실을 발굴해나가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우원씨나 특전사의 사죄와 관련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봉종 교수는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개인의 사죄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사과한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역사적 사실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5·18 기념재단을 방문해 내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5·18 사진전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봉종 교수는 “광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광주를 방문하고, 깊이 연구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들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프랑스 에펠대학 ‘웹과 인문학’ 학과 홈페이지(https://media.iguane.org/cmw/documentaires-interactifs/2022/)에서 볼 수 있다.

/글·사진=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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