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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23

낙엽 : 마스크 한장에…무감각해진 계절 변화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 암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가로수 나뭇잎들이 바람과 함께 흩날린다. 가을날 잎들이 바람에 쓸리듯이 내 마음도 정처 없이 나부낀다. 이런 계절이면 학창시절 읽었던 교과서 속 시와 수필에서 떠오른 몇 구절로 문학소녀같은 감성에 젖어본다. “음영과 윤택과 색채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꿈을 잃은 허전한 뜰 한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상념에 잠겼던” 소설가처럼 낙엽을 모아 태우면서 연기처럼 지난날.. 2020. 11. 8.
[김은영의 그림생각] 오늘도 무사히 : 택배기사 근로환경 하루빨리 바뀌기를… 올해 들어 택배기사 13명이 과로 등으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충격을 주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도록 뛰어다녀야 할 택배업무의 극한적인 상황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마는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가끔 딸아이가 밤늦은 시간에 인터넷 주문을 통해 이튿날 새벽에 배송 받는 것을 보고 “이런 배달의 신세계가 있다니!”하고 감탄했던 나도 일말의 책임이 있을 것 같다. 읽고 싶은 책을 살 수 있는 책방이 거의 없어져 도서구입만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곤 했는데 당분간은 독서도 참아야겠다. 새벽배송, 총알배송, 로켓배송이 가져온 소비자들의 편리함 이면에 인간다운 삶을 저당 잡힐 수밖에 없는 택배기사들의 살인적인 근로환경이 있었기에 지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영국의 왕립미술아카데미의 창립자로서 18세기 영.. 2020. 11. 1.
‘테스형’ : 유행가에 등장한 철학자, 어색하지가 않네 [김은영의 그림생각] 가히 신드롬이라 할만 했다. 추석 연휴 주인공이었던 나훈아발 열풍은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단번에 압도했던 것 같다. 뉴스를 보느라 콘서트 전반부를 시청하지 못한 아쉬움은 잠시, 말미에 ‘테스형’을 들으면서 금방 따라 부르게 하는 중독성에 마음이 달래졌다. 누가 유행가 가사를 통속적이라고 했던가. 유행가에는 사랑과 이별은 물론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가사와 가락에 절절이 담겨있어 우리 마음을 적신다. 어떤 때는 철학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 더 나은 인생의 통찰을 만나게 된다. 마침내 유행가 제목에 철학자가 등장한 것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사랑이 왜 이리 힘든지, 세월은 왜 또 저러는지 질문하고 푸념하는 가객의 노래를 떠올리며 그림 속 소크라테스를 소환해본다. 프랑스 혁명시기의 화.. 2020. 10. 10.
[김은영의 그림생각] 계림수필 : 달걀은 덤…쏠쏠한 닭 키우는 재미 드디어 우리 닭이 알을 낳았다. 딸아이가 인공부화기로 부화시킨 토종닭 병아리를 아파트에서 키우기 힘들다며 손바닥만 한 마당이 있는 우리 집으로 보내온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예기치 않게 닭장을 짓고 닭을 치기 시작했는데 모이와 물을 닭장 안으로 들이밀 때마다 병아리들과 눈을 맞추게 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 때마다 “아아 앞으로는 후라이드 치킨과 삼계탕은 못 먹을 것 같구나!”하고 생각했다. 우리 집 닭과 치맥의 닭은 다르다는 야릇한 논리로 그 다짐은 한 번도 지켜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6개월이 흘러 그 닭이 며칠 전 알을 낳기 시작하더니 매일 한 알씩 규칙적으로 둥지에 알을 낳곤 한다. 닭이 커가면서 더해지는 깃털 빛깔의 아름다움과 닭 볏의 붉은 색이 뿜는 위엄에 감탄했는데 이제는 달걀까지 더해.. 2020.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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