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연재기자

“아홉살에 겪은 5·18 기억 지금도 생생 타국의 억압 받는 이들에 용기주고 싶어”

by 광주일보 2020. 4. 22.
728x90
반응형

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9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그린 동화가 출간됐다.

고(故) 찰스 베츠 헌틀리(한국명 허철선) 목사의 막내딸 제니퍼 헌틀리(49)가 펴낸 ‘제니의 다락방’(하늘마음)이다.

제니퍼는 1971년 부모가 선교사로 양림동에 거주할 때 태어났으며, 1980년 당시 만 9세 나이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했다.

아버지인 헌틀리 목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양림동 광주기독병원에서 일하며 부상당한 시민들을 숨겨주고, 사진을 찍어 광주의 진실을 알렸던 인물이다. 그가 기록한 참상은 사택 지하 차고에서 현상돼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등을 통해 세계로 전해졌다.

 

2014년 제니퍼 씨와 아버지 헌틀리 목사 생전 모습.

책은 제니퍼가 겪었던 당시의 기억과 심경을 동화 형식으로 읽기 쉽게 풀어낸다.

책은 1980년 5월, 언니를 보러 대전을 다녀 온 제니가 사뭇 달라진 광주의 풍경을 보며 시작한다.

며칠째 광주 시내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친구에게서 ‘군인들이 시내에서 학생들에게 눈물 가스를 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제니에겐 그저 북과 노랫소리가 가득한 퍼레이드인 것만 같았다. 제니에게는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

곧이어 군인이 학생을 잡아가기 시작했고, 제니의 부모님은 학생들을 다락방에 숨겼다. 제니는 이따금씩 학생들에게 물과 음식을 가져다 주면서도, 다락에 있는 새끼 고양이들 중 막내 고양이 ‘오월’이가 물과 우유를 먹지 않아 걱정이었다.

어느 날 제니가 집에 혼자 있을 때, 군인들이 제니네 집을 수색하러 왔다. 제니는 아무렇지 않은 척 군인들에게 차를 대접했다. 하지만 그들이 다녀간 후 막내 고양이는 죽은 채 발견됐다.

이제 시민들이 군인들과 싸우기 시작했고, 아빠 헌틀리 목사는 병원 내 부상당한 사람들, 시내에서 죽은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다. 끔찍한 사진들을 찍는 아빠가 제니는 낯설고 걱정스러웠다.

26일 밤, 한동안 조용했던 총성이 다시 쏟아졌고, 20여명의 사람들이 제니의 지하 방에 불도 켜지 못한 채 모여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시각, 도청에서는 죽음을 각오한 시민군의 마지막 전투가 펼쳐졌다.

 

 

책은 제니퍼의 회고를 이화연 작가가 동화로 각색해 만들어졌다. 이 작가는 광주 출신으로, 미국에서 영어 교육을 받던 중 제니퍼를 만나 5·18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계기가 돼 동화 출간을 마음먹었다고 전해진다. 삽화는 김정혁 작가가 맡았다.

제니퍼는 현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노숙인 등을 돕는 비영리 기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1980년 광주의 오월은 불행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다”며 “비극이면서도 압제와 차별 아래 놓인 사람들에 영감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희망의 이야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경찰이 어떻게 시민을 향해 발포할 수 있나”

“시민의 공복인 경찰이 어떻게 시민을 향해 발포를 할 수 있겠습니까?”1980년 5월 당시, 신군부의 시민을 향한 발포 명령을 거부한 안병하(1928~1988) 치안감의 시각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바라본 책이 출간된다.‘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집필자 이재의씨가 쓴 ‘안병하 평전’(정한책방)이다.책에는 전남도 경찰국장으로서 광주·전남 경찰을 지휘했던 안 치안감이 겪었던 광주 이야기가 실려 있다. 또 안 치안감의 회고를 바탕으로 ‘전두환 회고…

kwangju.co.kr

 

“올해 ‘오월전’ 새로운 시각 청년작가 대거 참여해요”

1980년 이후 지역 예술인들은 ‘5월 광주’를 끊임없이 환기하며 많은 작품을 통해 오월을 증언하고, 오월을 기억해왔다. 음악, 무용, 연극 등과 더불어 특히 걸개그림, 판화 등 미술 작품이 주는 이미지는 강렬했고, 그 중심에 ‘오월전’이 있었다. 지난달 ‘오월 안부 프로젝트, 당신의 목소리로 오월 안부를’을 준비중인 김자이 작가와 김지현 기획자을 취재하다 올해 ‘오월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외였다. ‘오월전’은 민미협 회원들이 중심이 돼 꾸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