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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옷을 입다 패션을 만들다 - 정연이 지음

by 광주일보 2024.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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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의 기록’ 옷 이야기와 패션 문화사
당신의 옷장이나 옷걸이를 살펴보면 줄무늬 셔츠나 재킷 하나 쯤은 눈에 띌 것이다. 줄무늬 티셔츠는 파블로 피카소 등 예술가들도 사랑했던 옷이다. 현대 패션에서 줄무늬는 대담함, 경쾌함 등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클래식 아이템이다.

줄무늬(스트라이프·stripe)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돼 왔다. 중세 유럽 시대에는 저주받은 악마의 무늬로 여겨졌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경멸의 뜻을 담아 죄수, 사생아, 농노 등 하층민들에게 줄무늬를 입도록 했다. 미국 독립 전쟁과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줄무늬는 ‘해방’의 이미지를 얻었다. 반대로 죄수복의 줄무늬는 ‘자유의 박탈’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이후 ‘바다’를 상징하는 기호로 확장됐고, 제임스 딘 등 스타들의 착장을 통해 ‘젊음’의 이미지를 얻는다.

옷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돼 왔다. 사회현상과 맞물리며 변화와 부침을 거듭해왔다. 옷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패션계 역시 마찬가지다.

홍익대 겸임교수로 패션 컨설팅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는 정연이의 책 ‘옷을 입다 패션을 만들다-패션 디자이너의 특별한 옷 이야기’는 패션사의 숨겨진 이야기와 사람들,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옷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은 책이다. 패션 본고장 파리에서 공부하고 발렌시아가 등 국내외 디자인실을 거치며 패션 실무를 익힌 저자는 인간과 옷, 패션과 문화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저자는 “옷은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면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더욱 뚜렷하게 기록한다”며 “옷을 입는 행위는 어떤 삶을 기록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연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태초에 옷이 있었다’, ‘옷 입은 사람들의 역사’, ‘패션에 대한 불편한 진실’, ‘어떻게 입을 것인가’ 등 4부로 구성돼 있다.

미국 여성 참정권 운동이 일어나던 1851년 여성 인권 운동가 엘리자베스 스미스 밀러의 ‘옷차림’은 역사에 기록된다. 여성이 최초로 ‘바지’를 입고 외출한 것이다. 자전거라는 혁명적 이동수단을 즐기고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여성들이 ‘블루머’라는 바지를 입기 시작한 이래로 100여 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여자의 바지는 거리에서 용인됐다.

전쟁이 탄생시킨 밀리터리 패션은 우리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버버리사가 제 1차 세계대전 시기 영국 육군에 납품한 레인코트는 참호(trench)전에 적합했기에 트렌치코트라는 이름이 붙게됐다. 또 공군이 입었던 보머 재킷과 미국과 유럽의 해군이 착용했던 피코트 역시 지금까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저자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더 빠르게 생산하려는 패션 산업의 이면도 들여다본다. 저개발 국가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값싼 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패스트 패션과 모피와 가죽을 얻기 위해 동물을 학대하는 현장 등이다. 그밖에 힙스터 문화에 대한 단상, 명품의 역사와 속성, 백화점과 패션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에코리브로·1만95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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