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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의소설처럼8

[서효인의 ‘소설처럼’] 위대한 야구 소설…필립 로스 ‘위대한 미국 소설’ 필립 로스가 1973년 출간한 장편소설 ‘위대한 미국 소설’의 원제는 ‘The Great American Novel’이다. 말 그대로 위대한 미국 소설이라는 뜻으로서, 미국의 총체성을 뚜렷하게 밝히는, 그리하여 역사에 남게 된 소설을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예를 들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 허먼 멜빌의 ‘모비 딕’,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같은 작품을 ‘위대한 미국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소설은 그러니까 배짱 좋은 신인 투수처럼(1973년은 위대한 소설가 필립 로스가 40세 청년이던 시절이었다.) 소설 제목 자체를 ‘The Great American Novel’로 내놓은 것이다. 졸작이거나 평작 아니, 그럭저럭 훌륭한 작품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제목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 2020. 12. 2.
[서효인의 ‘소설처럼’] 그들보다 힘이 센 소설 천선란 ‘천 개의 파랑’ 정치는 생물이고 선거는 타이밍이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도 많은 것이 바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은 무생물이고 인쇄물은 요지부동이라 문학은 처음 만들어진 그대로 있다. 정치는 세계를 재단하고 평가하여 운용한다. 문학은 사람들의 해석과 수용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정치는 거시적인 가치에서부터 일상의 사소함까지 거의 모든 것에 영향력을 끼친다. 문학은 책을 덮어 버리면 그만이고 대체할 수단 또한 많다. 정치는 그것을 대신할 최신의 체제를 고안하기 매우 어렵다. 우리는 정치에는 순응하거나 열의에 차 들뜨지만 문학에는 쉽게 반발하거나 혹은 무관심하다. 여러모로 정치는 힘이 세다. 문학은 하잘것없다. 정치 중에 가장 중차대한 이벤트가 선거이고, 지구의 모든 선거 중에 또.. 2020. 11. 7.
[서효인의 ‘소설처럼’] 가족과의 거리 -매기 오파렐 장편소설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 2020년을 온통 지배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창궐은 우리의 삶 거의 모든 걸 바꿔 버렸다. 아마도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을 것이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인류의 몸에 깊게 새겨진 불안마저 사라지긴 어려울 터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임계점을 넘은 듯한 기후 위기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우리는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이다.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하고, 그 새로운 삶은 시작한다는 기미도 없이, 멋대로 시작되어 버렸다. 코로나19는 가족 관계에 있어서의 변화도 일으켰다. 그사이 세계적으로 이혼율이 치솟았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완전한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재택근무와 휴교.. 2020. 9. 13.
[서효인의 ‘소설처럼’] 읽기, 말하기, 쓰기 정용준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 팬데믹이 여러 사람의 일상을 앗아간 것은 당연하지만 그중에서도 지금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큰 영향력을 미쳤을 듯하다. 가령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기억할 자신의 10대는 어떤 모습일까. 범위를 더 좁혀서, 올해 여름은 어떻게 기억될까. 전염병이 나라를 불문하여 창궐하고, 학교 수업의 비대면 영상 수업으로 대체되었으며, 여름방학은 기이하게 짧아졌는데, 거기에 기록적으로 긴 장마가 믿을 수 없게 많은 비를 오랫동안 뿌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디스토피아 소설의 세계관 정도로 여겨질 만한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특히 그즈음의 청소년에게 이것은 모두 현실이다.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우리 앞에 실존하는 현실, 그 자체다. 정용준 장.. 202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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