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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바빌론과 페르세폴리스는 어떻게 사라졌나

by 광주일보 2021.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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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으로 알려진 바빌론의 마르두크 지구라트는 높이와 넓이가 각각 91m에 달하는 정방형 건축물이다. 기록에 따라 3D 이미지로 구현했으며, 실재 건축물은 진흙을 구워 벽돌로 만들었다고 한다. <서해문집 제공>

다음에 말하는 도시는 어디일까? 성경에 악의 소굴이자 타락한 도시의 대명사로 명명된 곳. 바로 바빌론이다. 기원전 17세기부터 1000년간 흥망을 거듭했으며 메소포타미아와 지중해를 호령한 바빌로니아 제국의 수도였다. 가장 오래된 성문법 가운데 하나인 ‘함무라비 법전’을 운용할 만큼 문명의 도시였다.

그러나 바빌론은 세계사의 풍파에 사라져갔다. 기원전 539년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침공으로 무너졌다. 이후 바빌로니아의 이름을 계승한 국가는 다시 들어서지 못했다. 물론 성경에 묘사된 바빌론은 유대인들의 부러움과 질시라는 상반된 감정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바빌론 뿐 아니라 몽골제국의 진앙인 카라코룸, 성경이 감춘 인류 최초 도시 예리코, 태양을 꿈꾼 도시 마추피추 등도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로운’ 도시였다. 한때는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지만 역사 무대 뒤로 퇴장한 도시 이야기는 흥미롭다. ‘실업이 바꾼 세계사’의 저자 도현신이 발간한 ‘지도에서 사라진 도시들’은 잊혀졌던 도시를 소환한다.

이번 책은 “인류가 빚어낸 문명의 거대한 곳간”인 도시를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인류사와 문화사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지도에서 사라진 도시들은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증거인 동시에 인류가 저지른 야만의 흔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도시들의 흥망을 돌아보는 일은 인류 역사의 위대함과 초라함을 한눈에 들여다보는 여정이 될 것이다.”

책에는 그리스와 로마가 질투한 도시 카르타고를 비롯해 인류를 사로잡은 철학자의 상상이 깃든 아틀란스, 인더스 문명의 우듬지 모헨조다로 등 모두 12개 도시 이야기가 나온다. 사라진 도시들의 흔적을 찾는 과정은 “인류 역사의 위대함과 초라함을 한눈에 들여다보는 여정”이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세계의 수도, 문명의 고도’는 세계를 호령한 옛 제국의 심장을 다룬다. 태양 아래 가장 부유한 도시라 여겨지던 페르세폴리스는 기원전 5세기경 지금의 이란을 거점으로 중동을 통일한 페르시아의 수도다. 1933년부터 5년간 발굴 조사를 진행한 독일 고고학자들은 3만개가 넘는 점토판을 출토했다. 이 같은 사실을 볼 때 “기원전 6세기부터 200년간 페르시아 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추정된다. 알렉산더 대왕이 이곳을 점령한 뒤 차지한 금화만 3000톤에 달한다. 동시대 그리스 도시국가 중 가장 부유했던 아테네 1년 재정의 300배에 버금간 재정이었다. 페르시아 제국이 발행했던 다릭 금화는 오늘날 기축통화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2부 ‘신의 도시, 인간의 도시’에는 신화 속 도시의 진실을 찾는 데 방점이 놓여 있다. 신의 노여움을 사서 멸망했다는 전설의 도시 소돔, 신과 인간이 만든 불멸의 드라마로 일컫는 트로이 등이 나온다.

특히 불후의 고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무대이자 그리스신화 대단원을 장식한 트로이는 지금도 다양한 작품에 차용된다. 1873년 터키 서부에서 3년의 발굴 끝에 트로이의 유적층이 발견돼, 트로이 전쟁 무대가 실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비록 지도상에서 사라졌지만 트로이는 문화사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그리스-로마 문명의 근원이 담긴” 스토리로, 오늘날까지 공유되는 역사적 감수성을 만들었다.

<서해문집·1만39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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