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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광주극장 85년간의 이야기

by 광주일보 2020.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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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씨네’가 들려주는 동화
극장의 역사와 현재…그리고 미래
추억 소환하는 매표소·영사실
아이들에게도 전하고픈 그림책
글 김영미·그림 최영호 작가 참여

 

아마도, 광주극장을 자주 찾는 이들이라면 이 그림책을 접하는 순간, 마음이 뭉클하고 근사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 것같다. 언젠가 사라지지는 않을까 가슴 졸이기도 하고,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영화들에 감동받으며 행복해했던 시절들도 떠오르지 않을까. 책에서 낯익은 매표소, 간판실, 커다란 스크린과 즐겨 앉는 ‘나만의 좌석’을 발견하고선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광주극장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이 나왔다. 국내 대표 그림책 출판사인 ‘보림출판사’에서 펴낸 책은 올해 여든 다섯이 된 ‘오래된 극장’ 광주극장(나)과 이곳에 사는 가상의 고양이 ‘씨네’가 주인공이 돼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다.

지난 2016년 봄 서울에서 활동하는 시인이자 그림책 작가 이상희 기획자는 광주극장 안주인 김기리 시인을 만나러 광주를 찾았다. 약속 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그녀는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초면의 우아한 거인’인 광주극장을 천천히 돌아보게 됐다. ‘머나먼 세월 저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접한 그는 그림책을 짓기로 하고 작업을 함게 할 이를 찾았다. 이후 마흔 다섯번이 넘는 그림책 회의를 열었고 서울에 돌아올 때마다 그녀는 “모든 것이 참 신비롭다”는 생각을 가졌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에 등장하는 최용호 작가의 광주극장 삽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의 그림과 글은 광주 출신 작가들이 맡았다. 지금도 광주극장의 단골인 김영미 작가가 글을, 고등학교까지 광주에서 다녔고 역시 광주극장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최용호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친구가 된 너(관객·독자)와 나누고 싶어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은” 광주극장은 많은 자료와 사진들을 제공하고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들은 85년 시간의 흐름을 공들여 담고 재현했다.

책은 1968년 잿더미가 된 광주극장 화재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나(광주극장)와 극장 터줏대감 고양이 ‘씨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극장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광주대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아빠는 스파이더맨’ 등의 작품을 쓴 김영미(67) 동화작가는 시간이 날 때면 하루에 세 편의 영화를 연속해서 볼 정도로 광주극장을 사랑한다. 또 조대영씨가 진행하는 ‘21세기소설영화독본’에 7년간 꾸준히 참여하는 등 책읽기와 영화보기가 일상이다.

김 작가는 원고를 9번이나 고쳐썼다. 자료가 충분치 않은 터라 혹시 놓친 부분은 없는 지, 겉만 건드린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 작업을 하면서 ‘지나간 기억의 파노라마’를 펼쳐놓는 기분이 들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극장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영화는 특별한 즐길거리가 없던 시절 최고의 오락거리였죠. 영화 좋아하는 어머니 따라 어릴 때부터 목포 남일극장 등에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광주에 시집 와 처음 광주극장에 왔을 때 봤던 커다란 스크린이 기억이 납니다. 영화는 꿈을 꾸게하죠. 광주극장에 올 때마다 안타깝고 슬픈 감정이 들었어요. 쇠락해가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거든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들었구요. 클래식하고 매력이 있는 광주극장 이야기를 쓸 수 있어 저로서는 감사한 일입니다.”

 

김영미 작가

김 작가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고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나 극장의 창업주였던 최선진 선생에 대한 이야기 등 광주극장과 관계된 책을 몇권 더 써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세종대 회화과와 서울시립대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최용호 작가의 그림은 ‘사실적’이다. 몇차례 광주극장을 방문한 그는 현존하고 있는 공간을 ‘기록한다’는 의미를 담아 작업했다. 극장 관계자들은 영사실에서 쏘는 빛이 객석으로 어떻게 쏟아지는 지 담은 사진 등 다양한 현장 사진과 자료를 제공해 그림작업을 도왔다.

“오징어! 땅콩!”을 외치며 객석 사이를 돌아다니던 매점 아저씨의 모습, 극장 밖으로 길게 늘어선 관객들의 모습, 지금은 사라진 멕시코 다방과 북경반점, 관객이 가들찰 때면 극장 식구들이 함께 나누던 ‘만축(滿祝)’ 봉투, 극장 뒷문으로 몰래 드나들던 학생들의 모습, 1980년 5·18 당시 극장으로 숨어들던 사람들, ‘영자의 전성시대’ 포스터가 걸린 간판실 등은 그대로 광주극장의 하나의 역사다.

광주극장만큼 열혈팬이 많은 공간도 없다. 500여명의 후원자가 꾸준히 마음을 보태고 있고, 극장에서 행사가 있을 때면 ‘제 일처럼’ 나서는 이들도 많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낡고 오래된 스크린을 새로 바꾸는 날의 풍경이다. 고양이 씨네가 “이 모든 것이 꿈일까옹, 영화일까옹?”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항상 그자리에서 묵묵히 영화를 틀고 있는’ 광주극장의 모습은 우리의 ‘오래된 미래’다.

광주극장은 그림책 속 원화를 실사 출력해 포토존을 조성할 예정이며 기회가 닿는다면 그림책 원화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0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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