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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기자

열악한 근무환경 못 버텨…전남 교사들이 떠난다

by 광주일보 2024.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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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289명 퇴직, 그중 73명이 임용 1년 내…올들어만 교사 69명 퇴직
보수적인 교직문화 적응 힘들고 소규모 학교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경쟁률 낮은 전남 합격한 뒤 타지역으로 재임용…정착 대책 마련 절실

/클립아트코리아

전남에 임용된 젊은 교사들이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교권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정주 인프라도 부족하고 업무량까지 많은데 인센티브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남지역 교사들의 타지역 유출이 심화해 교육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전남도교육청의 ‘교원 중도퇴직자 현황’(유·초·중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중도퇴직(의원면직)한 교원은 총 289명에 달한다. 한해에 100명에 달하는 교사들이 그만두는 꼴이다.

2021년 66명, 2022년 95명, 2023년 59명의 전남지역 교사가 스스로 교단을 떠났고, 올해 4월이 채 지나지도 않았지만 69명의 교원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중 25%에 달하는 73명(2021~2024년 4월)이 임용 1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에만 13명이 사직했다.

지난해 교육부의 ‘임용 후 1년 이내 중도퇴직 교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퇴직한 국·공립 및 사립 교원 330명 중 전남 교원이 97명(29.4%)으로 가장 많았다.

교사들은 전남지역에서 유독 중도퇴직 인원이 많은 이유는 ‘재임용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합격률이 비교적 높은 전남지역에 우선 자리를 잡은 뒤 다시 임용시험을 치러 원하는 지역으로 떠나는 인원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전남지역 초등학교에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 교사는 “10년 전 임용된 교사 3분의 1 정도가 타지역 N수생들이었다. 경쟁률이 낮은 전남지역에 합격한 뒤 다시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하겠다는 교사들이었다”며 “지금 그 사람들 대부분이 전남에 남아있지 않다”고 귀뜸했다.

현장에선 임용시험을 전후해 갑작스러운 결원이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자 학교 관리자들이 ‘타 지역 임용을 보게 되면 미리 알려달라’고 호소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현직 교사들은 전남 지역에 신규 교사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떠나는 이유로 열악한 주거와 생활 인프라를 1순위로 꼽는다.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전반적인 생활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여수·순천·광양 등 일부 시를 제외한 도서 지역에는 교원을 위해 지급되는 관사가 열악하다는 것이다.

도서 지역 관사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한 교사는 “관사가 오래돼 곰팡이가 슬거나 벌레가 자주 나오는 건 기본이고, 울타리가 없어 외부인이 마음대로 드나드는 등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면서 “관사에서 살면서 돈을 모을 생각이었지만, 결국 못버티고 동료 교사 몇 명이 돈을 모아 따로 집을 구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는 농산어촌에서 또래를 만날 기회 자체가 적다”며 “주말마다 광주 등 근처 도시로 가야하는 상황에 지쳐 타지역 전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전남엔 소규모 학교가 많은 만큼 적은 수의 교사들이 많은 업무를 맡아야 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413개교로 전체 학교 수의 47.7%에 달한다.

학생수가 적더라도 행정업무는 똑같다는 점에서 오히려 도서지역 신규 교사는 담임부터 행사 진행, 교무, 연구까지 과도한 업무를 담당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교직 문화가 보수적이라 신규 교사가 적응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현직 교사는 “구두 보고를 하지 않으면 업무 결재를 하지않고, 전체 회의 시간에 교장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교사가 있으면 1년 내내 해당 교사를 괴롭히는 일은 드물지 않다”며 “회식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 밤 늦은 시간에 연락하는 등 다른 지역에선 문제가 됐을 일이 아무렇지 않게 발생해 타지역에서 온 신규들은 물론 고향인 교사들조차 못 버티고 떠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교사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도서벽지수당을 제공하고 있지만, 월 3만~6만원에 불과해 교사들을 붙잡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는 “젊은 교사들이 조기에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면, 지역에 경험과 전문성 있는 교사들이 부족하게 돼 결국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면서 “단기적인 인센티브 외에도 교사들이 떠나는 이유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연구와 현실성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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