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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준기자

‘솔로 천국’이 된 대한민국…연애·결혼·출산을 고민하다

by 광주일보 2024.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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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SOLO가 되었나 <상> 2030에 묻다
연애·결혼 의지 있지만 학업·일 중요
취미생활 즐기고 소셜미디어로 소통
경력단절 겪으며 ‘비혼·딩크족’ 증가
공동체 아닌 개인주의 시대상 안타까워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이 ‘행복한 삶’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노랫말도 옛말이 되고 있다.

연애는 이제 ‘포기’가 아니라 ‘거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취업·연애·결혼을 포기하는 ‘삼포’가 아니라, 스스로 연애에 소극적인 ‘초식남’을 자처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연애마저 미루는 시대의 흐름 속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 인식도 변하고 있다.

광주시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20대 응답률은 지난 2020년 29.9%에서 2022년 24.8%로 떨어졌다. 반면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답변은 2년 새 5.2%포인트(57.5%→62.7%) 늘었다.

다년간의 ‘솔로’ 생활을 해온 광주 2030 청년들이 모여 ‘솔로 천국’이 된 대한민국 사회를 들여다봤다.

청년 5명은 지난 14일 오후 광주시 동구 금남로 광주일보 편집국 회의실에 모여 몇 가지 질문에 담긴 ‘연애 안 하는 사회’ ‘결혼 안 하는 사회’에 대한 단상을 공유했다.

이들은 지난 연말 청년문화허브가 주관한 문화기획학교 ‘호랭이 스쿨’에서 진행한 흥미로운 실험에 참여한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는 광주 청년 12명이 1박 2일간 짝을 찾아가도록 만남을 주선했다. 1박 2일이 지난 뒤 한 쌍이 서로를 최종 선택했지만, 그 만남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행사를 주관한 남소영(27·이직 준비)씨와 인연을 찾아 나선 박우영(27·교육업), 김정애(29·문화기획자), 남소희(25·대학원생)씨가 그들의 생각을 들려줬다.

- 비연애(또는 비혼)가 체질이라고 느껴진다?

연애하지 않은지 4년이 넘은 남소희씨는 “갈수록 비혼주의에 대한 생각이 짙어진다”고 말했다. “학업과 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싶지 않은 가운데 연애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우씨는 “20대 초반까지는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연고지 광주를 떠나 2년간 생활하면서 추억과 취미를 함께할 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남소영씨는 “학창시절 친구와 어울리고 소셜미디어 활동 등을 하며 지루할 새 없지만 때로는 기대고 싶은 상대가 있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이별을 겪은 박우영씨는 “아이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의지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 비연애(비혼) 인생을 위한 취미 부자로 거듭나고 있다?

우씨는 자타공인 ‘취미 부자’이다. 이것저것 한 입 맛보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스포츠 댄스와 서핑, 바리스타, 와플 제조 등 여러 취미를 섭렵했다.

세 명 중 한 명꼴로 1인 가구인 현대사회에서 혼자 경제를 꾸려나가는 ‘1(일)코노미’가 소비 흐름을 이끌고 있다.

그는 “한 번은 요가 학원에 다니려 했지만, 대다수가 여성 회원이라 ‘커플’이 함께 가지 않는 이상 남성 회원 혼자 가는 데 강사가 난감해 한 적이 있다”며 “취미 동반자가 없어 불편한 경험은 있지만,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나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홀로 있는 시간에 명상을 즐긴다”고 말했고, 남소영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인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비대면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지인 간 만남을 주선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 연애해도 외로울 때가 있다?

연애할 때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헌신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5명 모두 입을 모았다.

우씨는 “연인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줄 때 호응이 시원치 않으면 서운함을 느끼는 것처럼 두 사람의 틈에서 갈등이 생긴다”고 말했고 박씨는 “연애를 하다 보면 친구·지인과 만남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 아쉽다”고 했다. 남소희씨는 “자신의 개인 생활에 몰두하느라 상대방이 소외감을 느끼면 미안해서 더 연애를 지속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애, 안 하는 건가 못 하는 건가. 광주 2030 청년 5명은 지난 14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광주일보 편집국 회의실에 모여 ‘솔로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 대한 솔직담백한 연애관, 결혼관을 나눴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40대 결혼(초혼), 출산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남소영씨는 40대 초혼이 부쩍 늘어난 현상에 주목하면서 “이제는 50대 초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광주에서 지난해 기준 아내의 나이가 20대일 때 초혼 건수는 1816건으로, 10년 전(4210건)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40대 초혼은 같은 기간 118건에서 213건으로 80% 급증했다.

김씨는 “드라마·영화를 보면 장년에도 왕성하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며 미디어에 비친 사회상에 주목했다.

우씨는 “남자는 가정을 우선, 여자는 경력(커리어)을 우선하는 한국사회 양상이 있다”며 “여성은 출산으로 인한 육아휴직과 경력단절을 겪으며 취업과 승진 등에서 어려운 점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사회에서 ‘자리 잡기’ 위해 결혼을 미루거나 자녀를 두지 않는 ‘딩크족’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5명은 모두 결혼을 미룰 수는 있다면서도, 의학적으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나이가 있기에 결혼 적령기 기준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 정부의 결혼·임신·출산·육아 정책이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청년들은 ‘전남형 만원주택’과 ‘억대 출산지원금’ 등 지역에서 먼저 나오는 저출생 시책에 대해서 “새로운 시도”라고 입을 모았지만, “이는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부 대기업이 직원에게 억대 출산장려금을 주는 제도에 대해서도 우씨는 “우리나라 10명 중 7명이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스파르타가 몰락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구 감소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혹한 독신세(싱글세)를 물렸다”며 “청년이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 탁상행정에만 머무르면 인구절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출산 장려 제도보다 전기차 지원 제도 혜택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며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청년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소영씨는 “출산 가정이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직장에서 육아시간을 할당해주거나 아이 돌봄을 위한 정부 시설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고, 우씨는 “공교육 이후 청년들이 겪게 되는 빈부 격차로 인한 소득의 양극화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출생, 고령화, 학령인구 감소 등의 사회 문제가 내 진로(진학)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방문 교육업에 종사하는 박씨는 “어릴 적 다녔던 초등학교 학급 수가 부쩍 줄어든 것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남소희씨는 “돌 지난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고 사활을 거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저출생이 학구열과 선행학습 경쟁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우씨는 “자식 한 명 잘 키우려고 맞벌이를 하다 보니 자녀에게 오히려 신경을 못 쓰면서 기초학력이 부진한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으니 머지않은 미래에는 로봇이 인구 감소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 노인이 되면 외롭고 슬플 것 같다?

김씨는 “내가 노년이 되면 세상은 더 빨리 돌아갈 텐데 여기에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슬플 것 같다”며 “주변에서 도움이 있겠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남소영씨는 “노년에 단란하게 꾸린 가정이 있다면 마냥 외롭지는 않을 것”이라며 “MZ 세대이지만 명절에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와 김장, 직장 회식 등을 즐기다 보니 개인주의로 가는 시대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나의 잘 사는 법 기준은?(결혼이 기준일까?)

우씨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고, 남소희씨는 “자식이 없더라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잘 사는 법을 정의했다.

남소영씨는 “나의 현재 나이가 되기도 전에 어머니는 나를 낳았다”며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기준점이 20여 년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단체와 중앙 정부가 혼인율 감소의 심각성을 깨닫고 20~30대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인위적인 만남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인 인식을 떠나 뭐라도 시도하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좋은 집, 좋은 직장이 있다고 해도 외로움은 쉽게 해결할 수 없다”며 “결국 사람과 관계가 좋은 삶은 사는 척도가 될 것”이라 했고, 김씨는 “직업적인 성공도 삶의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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