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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시네필과 함께하는 영화산책] 조커2: 폴리 아 되

by 광주일보 2024.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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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아킨 피닉스 ‘조커’의 속편. 뮤지컬 영화 형식 10월 개봉 예정
공유정신병적 장애 모티브로...‘할리퀸’ 역 가수 레이디 가가 출연

립스틱을 짓뭉개 조커를 오마주하는 할리 퀸.

찢어진 입꼬리처럼 그어댄 루주, 피에로풍 눈물 분장과 분칠한 뺨. 삼색으로 수놓은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혁명의 표상인 프랑스 국기 트리콜로르(Tricolore)가 떠오른다. 사랑은 ‘자기파괴의 혁명’이라 했던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아서(호아킨 피닉스 분)가 ‘조커’로 각성하며 자신만의 알을 깨부수는 모습은 개인이 이룩할 수 있는 최선의 혁명이었을 거다.

허나 도덕성이 결여된 악인이 들어 올리는 ‘혁명의 기치’는 민중세력 상퀼로트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오직 세계와 자아의 파멸만을 위시하는 그의 ‘자기 갱신’에서는 악취가 진동할 뿐이다.

꼬나문 담배에서 연기가 오른다. 다가오는 재앙을 알리는 봉수대 같기도, 스크린에는 계단을 내려오는 광대가 비쳐지고, 이번에는 조커의 뮤즈 ‘할리 퀸’까지 두 사람이다. 춤 추는 이들 뒤로 톰 존스의 OST ‘What The World Needs Now Is Love’가 흘러나온다. 히스레저의 페르소나를 압도하는 호아킨의 조커를 관객들은 오래 기다렸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공식예고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둔 메가 흥행작 ‘조커’가 스핀오프 버전인 ‘조커2: 폴리 아 되’로 한국 개봉을 알렸다. 지난 10일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가 1차 예고편을 공개했으며, 멀티플렉스에서는 10월 막을 올릴 예정.

부제인 ‘폴리 아 되(Folie a deux)’는 공유정신병적 장애를 의미한다. 전작이 평범했던 아서 플렉이 점차 악의 상징 ‘조커’가 되어가는 일대기를 그려냈다면, 이번 작품은 할리 퀸을 등장시켜 서로의 악행에 감화되는 ‘악의 확산’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작을 연출한 토드 필립스 감독이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작품은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만들어졌다. 선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는 조커와 할리 퀸이 영화 ‘라라 랜드’처럼 아캄 호텔의 전광판을 배경으로 뮤지컬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면, 마이크를 잡은 조커, 할리 퀸과 춤을 추며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시퀀스 등이 눈길을 끈다.

할리 퀸젤(할리퀸의 작중 본명)과 아서가 영화를 보다가 불현듯 조커로 각성해 무대를 장악하는 장면도 볼 수 있는데, ‘공유 정신병’이라는 모티브에 천착해 보면 이는 망상일 확률이 커 보인다. DC코믹스의 원작과도 차별화를 두고 각색한 것으로 피폐한 현실과는 다른 ‘아름다운 판타지’는 비극적 파토스를 환기한다.

마고 엘리제 로비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개성 넘치는 ‘할리 퀸’ 역으로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던 가수 ‘레이디 가가’가 그녀 대신 차세대 할리 퀸 역을 소화한다.

전작에서 호아킨은 원치 않는 실조증으로 인해 세상에서 배척당하는 ‘아서’ 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무대포 악’의 등장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페시미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서사적 인과성을 보여준 뒤, 자신이 동경하던 tv프로그램 진행자 머레이 등을 살해하는 장면까지 나름의 타당성을 부여해 관객들이 악에 대해 공감해 가는 내적 공포를 선사했다.

‘폴리 아 되’는 조커가 이미 수감된 뒤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기에, 열린 결말에 가까웠던 전작과는 달리 구체화된 악의 면모를 엿볼 수 있을 듯하다. 마치 범죄자 보니가 연인 클라이드를 만나 악의 연대기를 썼던 것처럼, 범인(犯人)과 평범한 범인(凡人)의 조우는 아캄 시티 전체가 타락하는 실마리가 된다.

사회적 언더 독이었던 이들의 결속은 자기파괴적 사랑과 공유된 망상을 바탕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환상과 현실, 몽상과 편집된 현실을 오가는 ‘빌런’들의 사랑은 단순히 도덕성이 결여된 피카레스크적 인물의 전형 이상의 입체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조커’를 피해 달아나는 ‘조커(아서)’, 아직 본편이나 후속 예고편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추측컨데 뒤편의 조커가 ‘추종자’가 아니라면 이는 아서의 정신병적 환상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조커2’에는 전작에 출연했던 호아킨 피닉스(조커), 가수 레이디 가가(할리 퀸)는 물론 에미상 후보로 올랐던 배우 재지 비츠, 오스카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던 캐서린 키너, 브렌단 글리슨 등이 총출동한다. 그중에서도 아카데미 음악상을 여성 단독으로(최초) 수상했던 힐뒤르 그뒤드나도티르 음악감독이 작업하는 뮤지컬 넘버들은 벌써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고편 속 “우린 음악을 통해 완전해지고 내면의 균열을 채운다”는 조커의 대사는 ‘폴리 아 되’ 속에서 ‘음악’이 또 다른 주연임을 암시한다. 선 공개된 톰 존스의 트레일러 OST를 비롯해 향후 공개될 넘버들은 작품의 비장미를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가가가 그려내는 미장센과 묘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중 할리 퀸젤이 호송 중인 아서를 만나 손으로 총구 모양을 만들고 자신의 머리를 겨누며 “당신처럼 의미 있는 걸 해본 적 없다”고 외치는 장면은, 그녀가 할리 퀸으로의 각성을 앞두고 있음을 알리는 복선이다.

부조리한 사회를 개혁할 수 없다면 부숴버리겠다는 이들의 캐치는 극단적이지만 일견 이해가 간다. 평범했던 퀸젤이 자발적으로 죄악에 감화되는 모습은 범죄자의 편이 되는 스톡홀름 신드롬, 유명 인(조커)의 우울에 전염되는 베르테르 증후군 등을 연상시킨다.

뉴욕 브롱스(Bronx) 지역에서 촬영했던 ‘계단 씬’은 ‘조커’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빨강, 파랑, 초록, 흰색으로 치장한 광대의 화려함과 초라한 단색의 계단이 대비를 이뤄 그의 심리를 은유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비슷한 계단 씬은 원작을 모티브 삼은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와 영화 이야기를 나눌 때 “당신은 아서의 심경을 이해하는지”를 묻곤 했다. “그런 파괴적 방식밖에 없었을까”라는 도덕적 질문은 차치하기로 한다. 이번에는 어떨까. 옥중 절치부심하던 조커가 할리퀸과 함께 그려가는 그릇된 사랑은 어떤 모습일지, 허구적 몽상과 세상에 대한 적개심이 영화 속에 어떻게 투사될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조커2: 폴리 아 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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