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소방서 구조대장
간호사로 일하다 20여년 전 소방으로 ‘인생 2막’
화재감식·잠수·드론조종 자격증 등 자기계발 열정
강진의 화재, 교통사고 현장, 위급한 상황에 언제나 함께하는 여성 구조대장이 있다. 주인공은 김미라(50·사진) 강진소방서 구조대장.
김 구조대장은 최근 전남 최초 여성 구조대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최기정 강진소방서장님이 여성이 가진 섬세함, 20여 년의 현장활동 경력, 자기계발 등을 보고 믿고 맡겨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수 출신으로 순천에서 대학을 나온 김 구조대장은 전남 2기 구급대원으로 소방의 길에 들어섰다. 간호사로 일하며 병원에 몸 담고 있던 때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소방구조대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그렇게 시작된 ‘소방 인생’은 올해로 23년을 맞이했다. 특전사, 해병대, UDT 출신이 대부분인 구조대원들 사이에서 ‘구조대장’으로서 자리할 수 있었던 데는 김 구조대장의 열정과 자신감이 한 몫했다.
‘나는 현장에서 날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는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에 따르면 같은 사고라도 현장의 상황과 다친 이들의 증상은 매번 다르기에 현장 경험과 자부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력을 연마하기 위해 김 구조대장은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만 해도 화재감식평가기사, 위험물기능사, 잠수자격증, 드론1종지도조종자 면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시험에 합격해서 대원이 됐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항상 무언가를 더 배우려 도전한답니다. 요즘은 인명 구조사 자격증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요 (웃음)”
구조대원으로 활동하며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도 있다.
“20여 년 가까이 된 일인데요.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담벼락에서 넘어져 심정지를 당한 일이 있었죠. 당시 제가 심폐소생술로 아이를 살린 적 있습니다. 문득문득 ‘그 아이는 잘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얼마 전 목욕탕에서 만난 지인이 ‘내 조카가 어렸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며 심폐소생술로 깨어났던 일을 얘기하는 거예요. 너무 놀라 ‘혹시 그 친구가 맞는지’ 물으며 상황 설명을 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 초등학생이었어요. 지금은 여천 공단 대기업에 다니며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길 듣고 곧바로 전화 연결을 해 ‘그때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가슴이 벅차올랐죠.”
이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 배변 도중 분만 상황에 처한 임산부를 도와 아이를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왔던 일도 있다. 당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또 벌초 작업 중 말벌 집을 건드려 말벌에 쏘인 60대 어르신을 긴급하게 구조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김 구조대장은 “사소한 상황이더라도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구급활동에 책임감을 갖고 임할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여성 구조대장으로서의 섬세함과 그동안의 경험 등을 접목해 군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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