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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시내버스 사고 처리 자부담·무급 휴일 징계…기사들에 ‘불공정 관행’ 여전

by 광주일보 2021.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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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의 그늘 시내버스 기사들 <하> 제도 개선 방안
근로일수 많아야 기본급 오르는 임금 체계 개선 안돼
불투명 가족 경영·이중 급여 수급 등 ‘시민 혈세’ 낭비
광주시 등 행정당국, 지원금 관리·감독 적극 나서야

 

지난해 광주 시내버스 이용객은 대략 8500만명. 통계 수치만 놓고 보면 코로나로 인한 대중교통 이용객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매일 23만 3000여명이 시내버스 기사와 만났다는 계산이 나온다.

광주시가 준공영제를 도입, 10개 시내버스 회사에 매년 수백억원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도 많은 시민들의 편안한 시내버스 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다. 그럼에도, 시내버스 기사들은 2시간 가까이 운전하고도 허리 한 번 펴지 못한 채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시간에 쫓기는 근무 환경, 교통사고라도 날 경우 처리비를 본인이 내야 하는 불공정한 관행에 고통받고 있다. 준공영제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시민들의 세금이 원래 취지에 맞게 쓰여지는 지 관리·감독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버스기사들, 자기 돈으로 사고보험료 내는 일 없어야=광주시가 지난해 10개 시내버스회사들에게 지원한 보험료는 46억원. 지난 2007년 39억원을 지급한 이후 10년 넘도록 40억원이 넘는 돈을 버스회사의 보험료로 지원해왔다.

이런데도, 버스기사들은 교통사고만 나면 자기 돈으로 보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관행을 감수해야했다.

버스기사가 운전 중 낸 교통사고의 경우 버스회사가 책임지거나 버스공제조합에 신고해 처리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버스업계 노동자가 이같은 문제로 고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교통사고를 낸 버스운전기사들은 무급 휴일의 징계를 받기라도 하면 근무일수 감소로 임금이 삭감되는 손해를 볼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부담을 선택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지난 2010년부터 20년 넘도록 매년 버스기사 사고처리비 자부담 관행 철폐를 요구해왔지만 광주시 등 행정당국의 소극적 행태로 현장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게 버스기사들 목소리다.

특히 현행 버스기사들의 임금 체계도 불공정 관행이 이어져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현행 광주시내 버스 기사들의 임금 지급 방식은 기본급에 연장·야간근로, 주휴수당·초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한 ‘일급제’다. 시간급(時間給) 임금의 한 형태로, 기본급을 하루 단위로 정하고 실제 노동일수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방식인데 근로일수가 많아야 기본급이 높아져 임금도 많아지는 구조다.

쉬는날이 많으면 기본급 자체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애초부터 과로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근로 환경에 놓여있는 셈이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재개발구역 건물 붕괴 사고로 피해를 입은 시내버스기사의 경우 한 달간 근무를 하지 못해 버스회사에서는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게 버스노조측 설명이다.


◇광주시, 세금 제대로 쓰이는 지 감시 제대로 해야=광주시의 적극적인 역할이 시내버스 기사들의 불편한 근로 환경과 업무 조건을 개선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광주시가 준공영제 예산으로 매년 수천억원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시민의 한사람인 시내버스 기사들의 불공정한 실태 개선에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 회사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제도. 운전직 인건비·연료비·정비비·차량 감가상각비·보험료·적정 이윤 등을 고려해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고 일정 지원금을 지급한다.

광주시가 지난 2007년 준공영제를 시행한 이후 14년 동안 지원한 지원금만 196억원(2007년)을 시작으로 293억원(2008년)→ 352억원(2010년)→529억원(2015년)에서 지난해 1193억원으로 1000억원이 넘어섰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버스기사들 노동 조건 개선에는 뒷짐을 진 모양새다. 시내버스 보험료 자부담 관행만 하더라도 버스회사, 기사 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의 발 노릇을 하는 시내버스 기사들이 불편한 근무 환경에 놓여있다면 시민들 버스 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원금에 대한 투명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갖추는 게 절실하다.

일부 버스 업체들의 친·인척 채용을 통한 가족 경영 체제에서 빚어지는 불투명한 운영, 한 회사 대표가 다른 시내버스 회사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양쪽에서 급여를 받는 문제점 등에 대한 시정 조치로 지원금이 허투로 쓰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전국자동차노조 광주지역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시민 세금을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투명한 준공영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끝>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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