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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국립광주박물관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 비밀의 공간 숨겨진 열쇠’전

by 광주일보 2021.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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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죽은 이가 남긴 흔적들
10월 24일까지 유물 발굴 30주년 기념 특별전
금동관·굽다리 접시·연리문 유리구슬·쇠화살촉 등 전시

 

광주박물관이 10월 24일까지 개최하는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 전은 발굴 30년만에 한 자리에서 유물을 공개하는 의미있는 전시다.

죽은 이의 시신을 매장한 곳을 무덤이라 한다. 무덤은 인간의 본성이 잘 드러난 공간 가운데 하나다. 당시의 생활상이나 의례, 사후세계에 대한 의식이 명징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죽음을 마주한 인간이 남긴 흔적은 당대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을 뿐 아니라, 죽은 이가 누렸던 문화와 풍습 등을 담고 있다. 죽은 이는 곧 살아있는 이들의 그림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이유다.

국립광주박물관 전시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물은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어디쯤에 교묘히 얽혀 있다. 드러난 유물은 사실을 말하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더욱이 삼국시대 장고분에서 발굴된 시신의 정체는 그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다양한 부장품들 예를 들어 금동관, 굽다리 접시, 연리문 유리구슬, 쇠화살촉 등은 신분의 위계가 높은 사람이었다는 것만을 말해줄 뿐이다.

 

함평 신덕고분- 쇠갑옷(비늘갑옷)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수미)이 개최하는 특별전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비밀의 공간, 숨겨진 열쇠’. 10월 24일까지 신덕고분 출토 유물을 한데 모아 공개하고 그동안 학계에서 연구했던 성과를 바탕으로 고분의 특성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자리다. 최초 발굴이 이루어진 것이 지난 1991년이었으니까, 이번 특별전은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있는 전시다.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 2기는 삼국시대 무덤이다. 다른 유물보다 유리관 속 피장자의 인골이 눈길을 끈다. 언급한 대로 장신구나 화려한 무기는 피장자 신분이 상당히 높은 계층이었음을 말없이 웅변한다. ‘비록 오래 전 죽었지만 나는 치열하게 한 시대를 살았노라’고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것 같다.

노형신 학예연구사는 피장자의 실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피장자의 정체에 대해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주변과 활발하게 교류를 했을 뿐 아니라 인접 지역의 문화와 유물을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치아 상태를 분석한 결과 20~30대 건장한 청년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함평 신덕고분 -연리문 구슬

신덕고분은 예덕리 월야평야에 있다. 1호 무덤은 그 형상이 위에서 볼 때 열쇠 구멍 모양을 닮았다. 옆에서 보면 장구 모양과 흡사하다.(2호 무덤은 7세기 전반의 원형 무덤이다) 그런 연유로 장고분(長鼓墳)이라 일컫는다. 열쇠 모양은 마치 이곳의 비밀을 풀어주는 실마리처럼 보인다. 그 열쇠를 상상하며 안으로 들어서면 어디선가 장구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마치 삼국시대의 어느 한 때로 역류해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신덕리 고분은 오늘의 우리에게 저마다 상상력과 문화적 감성으로 당대의 고분과 문화를 느끼라고 말한다. 유물 하나하나가 바로 얼마 전 사용했던 것처럼 사실적이며 입체적인 감성을 환기한다.

특히 장고분은 호남지역에만 총 14기가 있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삼국시대 무덤과는 다른 모양과 성격을 띈다. 오히려 그 모양이 일본 고훈시대 주요 무덤인 정방후원분과 비슷해 주목을 받았다. 이런 모양의 무덤이 조사된 적이 없어 그 정체가 의문으로 남아 있었을 뿐이다.

다행히 1991년 3월 도굴된 신덕고분을 발견한 광주박물관은 무덤 내부에 대한 긴급 조사를 실시해 매장시설이 돌방(石室)이라는 사실과 다량의 유물을 확인했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했다.

1부 ‘너른 들판 위, 독특한 무덤’은 처음 발견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무덤에 대한 의문에 초점을 맞췄다. 항공촬영 영상을 이용해 무덤의 독특한 형태를 보여주며, 공간적 위치를 다룬다.

2부 ‘뜻밖의 발견, 드러난 실체’는 당시 조사 과정을 조명한다. 도굴 사건을 다룬 언론의 반응과 조사 당시 사진 자료에서 긴박했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죽음과 기억에 대한 사유, 무덤 속 유물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3부 ‘죽음과 삶, 기억의 공간’, 4부 ‘무덤 속 비밀의 실마리’가 그것. 전자는 죽은 이를 묻는 과정에서 치른 의례 행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후자는 무덤 돌방에서 발견한 부장품 800여 점을 통해 무덤 주인의 삶을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반듯한 돌방 속 시대의 반영’에서는 2호 무덤 돌방의 구조에 담긴 백제의 지방 지배 방식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신덕고분을 조사하는 데 사용한 과학적 분석 방법과 그 결과물도 볼 수 있다. 문의 062-570-7807.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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