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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세월호 선체 내부의 홀 속, 깊고 어두운 그날의 기억

by 광주일보 2021.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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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월호 참사 7주기가 되는 날이다. 여전히 7년 전 아픈 기억은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슬픔으로 남아 있다. 생때 같은 자식들을 차가운 물속에 생매장해야 했던 상흔은 그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다.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에 묻은 부모들과 가족들 못지않게 고통 가운데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생존자들이다. 제주에 살고 있는 생존자 24명, 전국 172명 생존피해자들에게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 중인 참사다.

참사 7주기를 맞아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를 다룬 만화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당시 학생 20여명을 구해 ‘파란 바지 의인’이라 불리는 김동수씨 증언을 토대로 그린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가 그것. 어느덧 7년이 흘러버린 시간 속에 다시는 이런 쓰라린 고통과 슬픔을 겪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며, 우리 사회가 재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용산참사, 제주 강정마을 투쟁 제주 4·3 등 굵직한 사건을 그려온 만화가 김홍모의 작품이다. 3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은 4·16재단 공모 ‘모두의 왼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제주 세월호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에 수익금이 기부되는 ‘홀’ 북펀딩은 목표액을 하루만에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시민 1천여명이 힘을 보탰다.

미류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잠시라도 잊는 게 소망이 되는 사람이 있다.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세월호 친구들이 살고 싶었던 내일”이자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하는 아빠의 4월 16일”을 살아가는 ‘홀’의 생존자와 가족들에게서 우리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책 제목이 상징하듯 ‘홀’은 깊고 어두운 그날의 기억을 불러낸다. 이야기는 생존자 ‘민용’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제주 화물차 기사인 민용은 육지에서 일을 마치고 인천발 제주행 세월호에 트럭을 싣는다. 바다 특유의 안개가 자주 끼는 날씨 탓에 출항이 늦어진다. 민용은 차를 빼서 목포로 향할까 고민하지만 이내 출항한다는 소식에 세월호에 오른다.

그리고 다음날인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아침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던 중 갑자기 굉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배가 기울면서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온다. 민용은 동료들과 함께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으로 올라가려 서두른다. 그때 “아저씨 여기 좀 도와주세요!”라는 숨 가쁜 소리가 들려온다. 세월호 선내 중앙의 홀이 배가 직각으로 기울면서 낭떠러지와 같은 형국으로 변한다.

민용은 소방호스를 꺼내 홀에서 학생들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미처 구하지 못한 학생들이 적지 않다. 민용은 그날 파란 바지를 입었던 때문으로 후일 많은 이들에게 ‘파란 바지 의인’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된다.

작품은 생존피해자들의 사연을 다루면서도 한편으론 피해자 개인을 넘어 가족의 시선과 이야기에도 초점을 맞춘다. 1부는 민용의 시점에서 당시 상황을 이야기한다면 2부와 3부는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둘째와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첫째, 민용의 아내 시각으로도 전개된다. 민용에게 가족은 그렇게 든든한 지렛대가 된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에게는 더러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참사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로까지 전이된다는 의미다.

그동안 단원고 학생이 아닌 ‘일반인’ 생존자는 거주지가 달라 다른 승객과 연결고리가 없어 덜 조명된 측면이 있었다. ‘홀’은 그 빈자리를 채우는 가교를 담당한다 볼 수 있다.

작품은 ‘파란 바지 의인’인 김동수 씨의 시점을 통해 세월호를 함께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울러 참사는 탑승했던 이들에게만 있던 일이 아닌 우리 공동체 모두가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임을 보여준다.

<창비·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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