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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어디로 가지?

[남도 4계] 지리산 노고단은 진달래 꽃밭

by 광주일보 2024.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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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복원으로 되찾은 노고단의 봄꽃 손님
한 달 늦게 찾아 온 진달래, 4월 말~5월 초 만개
자연으로 가는 길…상생과 공존의 길

노고단 진달래.

올해는 잦은 봄비 덕분에 여느 해보다 화사한 봄꽃 천지다. 눈길 닿는 곳마다 싱그러운 초록빛이 봄의 찬사를 전해오는 요즘, 잊고 살던 첫사랑을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뜻밖의 진달래가 찾아왔다. 이제 더 이상 만나지 못할 거라 여겼던 꽃손님이라 반가움이 더 크다. 산 아래 마을에서 자취를 감춘 진달래가 소식을 전해온 곳은 지리산이다.

1967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둘레가 320km나 되는 지리산은 셀 수 없이 많은 봉우리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진달래 꽃밭은 지리산 3대 주봉 가운데 막내 봉우리인 노고단에 자리하고 있다. 봄철 기온이 산아래보다 통상 7도에서 10도 정도 낮다 보니 진달래 개화시기가 한 달 정도 늦다. 덕분에 4월 말부터 5월 초순까지 진달래 꽃구경이 가능하다.

노고단 탐방로 입구

지리산 탐방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노고단은 지리산 봉우리들 가운데 가장 영험한 곳으로 꼽힌다. 그 이유는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늙은 시어머니를 위한 제사 터’라는 뜻의 노고단은 최초의 인간을 탄생시킨 여신이자 지리산 산신인 ‘노고할매’를 기리는 산신제가 열렸던 곳이다. 태초부터 지리산을 지켜온 여장부 산신답게 노고단 정상의 풍경을 제대로 즐기려면 산신인 노고할매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전해질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만난 노고할매.

노고단의 봄은 꽃의 계절이다.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린 산벚꽃에 이어 진달래가 꽃대궐을 이루는데, 노고단 탐방로 입구부터 정상 부근까지 연한 분홍빛 진달래가 무리지어 꽃망울을 터트렸다. 천 오백고지 산기슭에서는 한 줌의 햇살도 소중한 법. 볕드는 자리마다 진달래 꽃가지들이 따사로운 봄햇살을 듬뿍 받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리산에 오래전부터 터를 잡은 토종 진달래답게 단아하면서 기품 넘치는 우아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탐방로 옆으로 진달래 군락지가 모여 있어서 가까이에서 진달래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햇살 한 줌, 바람 한자락도 허투루 쓰지 않는 건 진달래 옆 호랑버들도 마찬가지다. 봄철 대표 야생화인 호랑버들이 보송보송 귀여운 얼굴을 드러냈다. 반가운 마음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고 앙증맞은 노고단 야생화들이 앞다퉈 새싹을 틔우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역시 우리나라 최대 야생화 군락지답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노고단의 야생화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느긋하게 자연과 눈맞춤하며 올라야 노고단의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성삼재주차창에서부터 노고단고개에 이르는 노고단 코스는 지리산 탐방로 중에서 가장 완만한 길이면서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많다. 약 4.7km의 탐방로가 넓은 임도와 나무데크로 이어져 있어서 등산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지금이야 누구나 노고단 정상까지 둘러볼 수 있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일반인이 오를 수 없는 곳이었다. 자연 훼손이 심각했던 노고단 복원 작업을 위해 10년 동안 사람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의 노고단은 지리산에서 자연 훼손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었다. 다른 코스에 비해 산길이 완만한 데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 일제강점기에는 광주에 살던 외국인 선교사들이 풍토병을 치료하는 휴양촌으로 이용했다. 1970년대까지 성행했던 벌목과 성삼재 관광도로 개통으로 노고단의 자연은 급속히 황폐화됐고 결국 민둥 벌거숭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노고단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1991년부터 10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자연을 복원하는 자연휴식년제가 실시되면서 진달래밭도, 야생화 군락지도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생태계 복원 작업이 없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꽃들이다. 어찌 하나하나가 귀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지리산 노고단 진달래 군락지.

현재 노고단 정상 코스는 탐방예약제로 운영된다. 성삼재주차장부터 노고단 고개까지는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지만 노고단 고개부터 노고단 정상까지 600미터 길은 자연 생태계 보호와 등산객 보호를 위해 입산통제를 하고 있다. 탐방예약제는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오후 4시가 마지막 입장시간이다. 국립공원 예약시스템 홈페이지를 이용해 예약할 수 있으며 1인당 10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인터넷 사전 예약이 마감되지 않았다면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반달가슴곰 달고미.

최근 노고할매를 제치고 노고단 인증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사가 있다. 바로 반달가슴곰 ‘달고미’다. 국립공원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으로 되살아난 반달가슴곰 캐릭터로 전국 국립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슈퍼스타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반달가슴곰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봄, 혹시 산행 도중 겨울잠에서 깨어난 반달가슴곰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반달가슴곰은 기본적으로 소심하고 깊은 산 속에 살고 있는데다 노고단처럼 탐방객들이 자주 오는 코스의 경우 사람과 마주칠 확률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법이다. 만약 반달가슴곰과 마주쳤다면 우선 시선을 피하지 않으면서, 등을 돌리지 않은 채 물러서며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물론 사진 촬영이나 먹이 주기는 절대 금물이다.

/글·사진=정지효 기자 1018hyoh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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