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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저속하며 발칙한 책들

by 광주일보 2024.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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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들의 도서관 에드워드 브룩-히칭 지음 최세희 옮김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흥미롭고, 놀라운 책 세상이 펼쳐진다. 기괴하고, 유쾌하고, 경이롭고, 때론 섬뜩하고. 세상에서 본 적 없는 책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계다.

호신용으로 쓰이는 권총을 품은 기도서는 책을 덮으면 발사되고, 방아쇠는 책갈피처럼 만들어 위장했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애서가를 위해 만들어진 변기 책, 너무 커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면 모터를 동원해야 하는 책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쳐난다.

희귀 서적상의 아들로 태어나 책 더미 속에서 자란 작가겸 다큐 제작자 에드워드 브룩-히칭의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은 금기와 규범을 어기고, 만인에게 선택받지 못하더라도 꿋꿋이 음지에서 자리를 지켜낸 책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성격은 부제인 ‘희귀서적 수집가가 안내하는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저속하며 발칙한 책들의 세계’가 잘 보여준다. 저자는 책의 역사에서 사라지고, 추방된 책들에 ‘제 자리’를 찾아준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모아 기상천외한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작가로도 유명한데 책에 펼쳐놓은, 사실적이고 화려한 삽화와 실물 책은 세련된 디자인이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인간의 피부로 제본한 프랑스 외과의 세베랑 피노의 ‘처녀의 순결과 타락에 관하여’(1663)처럼 신체 일부로 만든 책은 먼 옛날에나 있었던 엽기적인 일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사례가 있다.

1997년 60세 생일을 맞은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서예가를 불러 자신의 피로 코란을 몽땅 필사할 것을 명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나는 당연히 많은 피를 흘려야했으나 실상 거의 흘린 적이 없다. 알라신의 은총이라 생각하며 감사의 의미에서 그의 언어를 내 피로 써달라”는 게 그의 변이었다. 그에게서 직접 채취한 것으로 알려진 27ℓ의 혈액과 기타 화학 물질을 혼합한 잉크가 만들어졌고 2년 동안 33만 6000개 단어로 구성된 6000개의 구절이 피로 쓰였다. ‘피의 코란’은 2010년 이래 일반인에 공개되지 않은 채 공무원 세명이 각자 한 개씩 열쇠를 맡아 관리하는 지하 금고실에 보관중이다.

세상을 속이고 기만하는 책의 역사를 다룬 ‘출판 사기’의 대표 주자는 히틀러와 관련이 있다. 1980년대 초반, 독일 잡지 ‘슈테른’의 기자 게르트 하이데만은 골동품 판매상에게 1932년에서 1945년 사이에 쓰였다는 히틀러의 일기를 넘겨받아 잡지사를 설득해 370만 달러를 주고 구입한다. 하지만 60권에 이르는 방대한 전집은 쿠야우가 세계대전 당시 쓰였던 종이와 잉크를 사용해 멋대로 써내려간 히틀러의 ‘가짜 일기’였다.

‘초현실 세계를 다룬 책’ 섹션에 소개된 책도 흥미롭다. 빙의을 체험한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부인 조지는 3년 동안 남편의 무의식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었고, 4000페이지에 달하는 글은 1925년 ‘환각’이라는 책으로 묶여나왔다.

그밖에 비밀스럽게 전해야만 했던 이야기를 다룬 암호로 쓴 책, 상상에만 존재하는 동물들을 모아놓은 중세 백과 사전, 슬라이스 치즈 20장을 노란색 헝겊 표지로 감싼 책 등을 만날 수 있다. <갈라파고스·3만3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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