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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정여울 지음

by 광주일보 2023.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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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점의 그림을 소개하는 책의 목차에서 가장 눈에 띈 건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에 필요한 그림’이었다. 호기심을 갖고 펼쳐본 그림은 헨리 래번의 ‘스케이트 타는 목사님’. 한 쪽 다리를 살짝 들고 마치 발레를 하듯 유유히 스케이트를 타는 목사님의 모습에 역시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결핍감이 밀려들 때 정여울 작가가 해답을 찾기 위해 발길을 옮긴 곳은 ‘미술관’이었다. 먼 길을 마다하고 달려간 그 곳에서 위로를 받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문학평론가, 인문학자, 에세이스트로 다양한 책을 펴낸 정여울의 미술 에세이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은 저자가 미술사적인 중요성보다는 ‘내 심장을 꿰뚫은 그림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책을 쓰며 이렇게 다짐했다. “해설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오직 예술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 순간들, 예술이 나에게 손짓하고 키스하고 껴안는 순간의 온전한 느낌을 쓰겠다”고.

책은 ‘찬란한 내일을 여는 그림’, ‘사랑, 영원이 된 순간을 새기다’ 등으로 나눠 그림을 소개한다. 책에 등장하는 그림은 클림트의 ‘키스’, 페르메이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등 익숙한 것들도 있지만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는 그림도 많다.

표지화로 실린 프레더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은 강렬한 색감과 화면을 가득 채운 여인의 포즈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깊은 잠에 빠져든 그녀의 꿈 속을 상상하게 한다. 피터스 얀센스 엘링가의 ‘책 읽는 여인’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는 그림이다. 마룻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신발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몰입해 책을 읽는 여인을 담은 작품에 대해 저자는 “수많은 고민이 실타래처럼 얽힐 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힘든 시간이 지나면, 그림 속 주인공처럼 나만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가의 불행했던 삶이 저절로 오버랩되는 카미유 클로델의 ‘불 옆에서 꿈을 꾸다’는 왠지 아련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장 시메옹 샤르댕의 ‘라켓을 든 소녀’에서는 “오직 그 때 그 시절에만 우러나올 수 있는 단 한번의 순수한 표정,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기 직전의 터질듯한 기쁨”을 본다.

‘내가 사랑한 미술관’ 섹션에서는 우피치미술관, 페기구겐하임미술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오르세미술관, 퐁피두센터를 소개한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등 정여울 작가의 책에 실린 사진을 줄곧 촬영해온 이승원 작가의 사진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웅진지식하우스·1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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