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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근대가 세운 건축, 건축이 만든 역사 - 이영천 지음

by 광주일보 2022.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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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 근대 유산들…그 안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

 

길이 68.25m, 폭 29m, 본당 높이 23.435m, 종탑 높이 46.7m. 바로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명동성당이다.

이 성당의 축성식은 지난 1898년 5월 29일 열렸다. 당시 3000여 신도와 각국 외교관이 참석해 성대하게 치러졌다. 프랑스에서 들여온 종은 6월 11일 종탑에 내걸린다. 건축비만 당시 6만 달러가 소요됐는데, 신문기사를 통해 추정할 수치일 뿐 이밖에 모금이나 자발적인 노동 등은 제외된 공사비라고 한다.

명동성당은 경성의 근대건축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물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입면이 웅장함을 더해준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내부를 훤히 밝히면서 아래를 내리쬐는 듯한 효과를 주어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표현은 맞춤한 말이다.

개신교는 장로교파인 언더우드에 의해 1887년 9월 27일 정동에서 교회를 설립했다. 사람들은 돈의문 안쪽 ‘새로운 문’ 안쪽에 있어 이를 ‘새문안교회’라 불렀다. 새문안교회는 교회의 노력과 헌금으로 1895년 1차 예배당을 건립한다. 그러나 이후 1896년 2차로 예배당을 건립하고 1910년 지금의 위치인 신문로에 새 예배당을 완공한다.

근대화는 필연적으로 근대건축을 낳았다. 그 가운데 서울에는 근대 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오늘의 관점에서 근대 유산은 당시의 정치적, 경제적 요구와 관련된 건물이었다. 저자는 “서구식 건축은 토지이용의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 같은 변화는 필연적으로 가로망 개설과 공간구성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본다.

서울에 남아 있는 근대 유산들을 조명한 책 ‘근대가 세운 건축, 건축이 만든 역사’는 오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다양한 스토리를 내재한다.

저자는 이영천 작가로 학부와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다. 기술사로 엔지니어링사에서 신도시와 택지 등을 설계하는 업무를 맡았으며 이후 도로와 철도 복합단지 등 사업에 종사했다. 최근에 지은 ‘다시, 오래된 다시를 거닐다’는 교량의 역사와 가치를 분석한 의미있는 책이었다.

1925년 9월 준공된 경성역. 지금은 공연이나 전시회를 개최하는 문화복합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먼저 조선에는 서양 공사관이 들어섰다. 러시아공사관을 비롯해 영국영사관, 벨기에 영사관 같은 공관들이 그런 예다. 다음으로 가톨릭 성당, 개신교 예배당, 학교, 병원이 세워졌다.

죽음과도 같은 핍박을 이겨내고 자리를 잡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건물은 지금도 여러 곳에 남아 있다. 한성 최초의 가톨릭성당인 약현성당, 도성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명동성당 등이 그것이다.

당시 고종은 경운궁을 중심에 두면서 근대국가의 구상을 상정한다. 경운궁 수리에 착수하고 가로 정비는 물론 근대적 도시공원 건립에 착수한다. “공원은 ‘민의(民意)를 수렴하는 공론의 장’이었다. 공원의 고유기능보다는 근대국가의 상징적 가치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독립신문과 독립협회의 창설은 외세에 맞서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문제는 독립에 대한 열망은 강했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다는 점이었다. 청일전쟁 전후 처리 문제가 담긴 시모노세키조약에 근거한 ‘청나라로부터 독립’에 지나지 않았다.

안타갑게도 침략의 첨병으로 기능했던 건축물도 있다. 용산역과 용산기지를 비롯해 서대문형무소, 경성재판소 등이 그것이다. 서대문형무소는 잔악무도했던 일제 통치의 민낯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저자는 경성에 하나둘 들어선 일제의 통치기구들도 이야기한다. 남산을 장악한 일본인 시설에서부터 조선신궁, 조선총독부 청사, 경성부청 청사를 둘러싼 이야기를 차례차례 풀어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일제가 세운 건축은 노예적 근대화의 이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침략과 강압, 과시와 위압의 얼굴을 한 그들의 건축은 친일이라는 역사를 써냈다. 그리고 기회주의 세력을 양산해냈다.”

<루아크·1만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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