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용지 어디로 가나” 항의하고 추운 날씨에 야외 장시간 대기
자치구 실수에 선거인명부 제외 반발…선거권 회복 방법도 없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9 대통령선거를 코 앞에 두고 코로나 확진·자가격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투표를 부실하게 관리한 데 따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투표 관리 대책이 비상으로 떠올랐음에도, 선관위는 안일한 대처로 공정한 선거 관리라는 존재 의미조차 무색하게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변호사협회와 시민단체 등은 선관위가 직접 투표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근본 원칙조차 무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일 광주전남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이뤄진 이틀간의 사전 투표 과정에서 확진·자가격리자 투표 부실 관리 지적이 잇따랐다.
5일 나주시 나주중부노인복지관에서 오후 6시~오후 7시 30분까지 진행된 코로나 19 확진자 사전투표 중, 확진자가 1층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겠다며 3층에 별도로 마련된 일반인 투표장소로 올라가면서 소동이 빚어졌다.
중부노인복지관 사전투표소는 투표소 관계자가 확진자와 일반 유권자의 투표 동선을 분리해 확진자는 복지관 1층, 일반 유권자는 3층에서 투표하도록 했다.
‘기표 용지를 투표 사무원과 참관인 등에게 전달해 투표 사무원과 참관인이 대신 투표함에 기표 용지를 넣도록’ 한 선관위 지침에 불만을 품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현장에서는 확진자 기표용지를 바구니에 임시로 보관했다가 ‘한꺼번에’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들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직접 투표함에 넣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투표소 관계자들이 거부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권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것을 막고 선거보조원들이 대신 받아 처리하는 등 직접투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이후 다른 확진자들의 경우 경찰 입회 하에 직접 투표함에 넣도록 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현장 관계자의 요청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졌다.
지난 5일 광산구 수완동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 투표에 참여했던 확진자 A씨는 광주일보에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투표용지를 작은 봉투에 담아갔는데, 어디로 갔는 지, 제대로 투표함에 담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일부 확진자들이 항의했지만 매뉴얼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변협도 전국에서 발생한 이같은 사례 등을 들어 “직접투표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허술한 선거사무관리 사태가 발생한 사실에 대해 전체적 관리 책임을 맡은 선거관리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허술한 준비 문제도 제기됐다.
A씨는 “확진자들은 오후 5시부터 이동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고 집에서 나와 줄을 섰는데, 정작 투표 시간은 오후 6시부터 시작됐고 별다른 안내도 없어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 투표소가 야외에만 설치돼 확진자들이 강한 바람을 맞으며 긴 줄을 서며 마냥 기다린 점도 부실한 관리로 꼽힌다. 여기에 확진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투표 시간이 길어지고 일부 확진자들은 이 과정에서 추위를 피해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자치구 등의 실수로 선거권을 잃게 된 경우도 발생했다. B씨는 지난 5일 사전투표차 광주시 동구 투표장을 찾았다가 선거인명부에 포함돼있지 않았다며 투표용지를 지급받지 못했다.
B씨는 자초지종을 알아보다 등록거주지(본적지)인 나주시 공무원의 실수로 대통령선거 선거인 명부에서 제외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해당 공무원이 실수로 선거권 박탈 대상이 아닌데도, 과거 범죄 전력을 토대로 ‘선거권 없는 자’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도 화순군의 실수로 선거권이 없는 자로 분류되면서 광주시 광산구 사전투표소에 문의했다가 선거인 명부에서 빠진 것을 확인했다. 동구 관계자는 “선관위가 지난달 14∼16일 선거인명부 열람과 이의신청 절차를 마치고 선거인 명부를 확정해 선거권을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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