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중사진가 1세대’ 광주서 사진전
40년간 전 세계 바다서 촬영한 30여점…10월9일까지 롯데갤러리
여전히 바다 누비는 청춘…“국내서 고래 만남 프로그램 생겼으면”
‘국내 수중사진가 1세대’로 꼽히는 장남원 작가가 최근 광주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장 작가의 사진전 ‘움직이는 섬, 고래’가 오는 10월 9일까지 롯데갤러리 광주점에서 열린다. 장 작가는 지난 40여년 동안 촬영해 온 혹등고래 등 사진 30여점을 전시한다.
장 작가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문 고래 사진가다. 수많은 이들이 고래를 직접 찍어보고자 바다로 향하지만, 고래를 만나기 좋은 지역과 시기가 극도로 한정돼 있는데다 촬영에 드는 비용과 시간도 상당해 전문가가 적을 수밖에 없다.
장 작가는 “혹등고래가 새끼를 낳는 7~10월 남태평양 통가에서 주로 촬영하는데, 이 4개월동안 전 세계 사진가들이 몰려든다”며 “그 중에서도 통가에서 고래에게 30m 이내 접근을 허용한 건 우리나라에서 제가 유일하다”고 웃었다.
그는 고래 외에도 산호, 물고기, 상어 등 다양한 수중 사진을 찍었다. 특히 광각 렌즈를 활용한 큰 스케일의 사진을 선보여 접사(接寫) 중심이었던 국내 수중 사진계에 큰 변화를 줬다.
그가 수중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1970년대 후반. 1977년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입사한 그는 회사 선배들이 찍은 수중 사진을 보고 눈이 뜨였다고 한다. 수중 사진을 공부하고, 스쿠버다이빙도 익혀 전세계 바다를 누비며 셔터를 눌렀다.
장 작가는 처음으로 고래 사진을 찍던 때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중 우연히 만난 혹등고래였다.
“처음 보는 집채만한 크기에 압도됐습니다. 물 속에서는 고래가 4배는 더 커보이거든요. 무서운 줄도 모르고 셔터를 눌러 6컷을 남기고 나니 고래는 바다 깊숙이 들어가 버렸죠. 그 순간이 한국에 올 때까지 도저히 잊혀지질 않았어요. 그 커다란 고래를 카메라에 담다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죠.”
고래 촬영은 결코 쉽지 않다. 공기통 등 소음이 발생하는 장비들은 착용할 수 없으며,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숨을 참아가며 촬영해야 한다. 고래를 마주치는 것조차 쉽지 않아 20여일 동안 매일같이 배를 띄운다. 아침 8시에 출항하고 오후 5시에 돌아온 뒤, 새벽에 사진 작업을 하는 식이다. 어렵사리 고래와 만나더라도 서로 친해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금세 달아나버린다.
힘에 부칠 때도 있다. 심장에는 인공 판막을 이식했고, 풍토병, 다리·대장 수술 등으로 고비도 여럿 넘었다. 어느덧 나이도 일흔을 넘겼지만, 그는 “몸도, 마음도 내 나이는 아직 62세”라며 지금도 거리낌없이 바다를 누비고 있다.
장 작가는 “매년 수천㎞를 여행하는 고래들은 한국도 지나가는데, 아직도 국내에서 고래를 만나는 장소나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않은 게 아쉽다”며 “내 사진이 그 아쉬움을 달래 주길 바란다. 많은 광주 시민들, 특히 꿈 많은 아이들이 사진전을 찾아 고래 사진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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