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삼베협동조합 이사장
의료용 허용 법 통과 2018년 조합 출범…300평 시험 재배
신제품 개발·체험박물관 설립·농가 확대로 가치 알리겠다
1960~1970년대, ‘삼베의 본고장’ 보성에서는 1000여 농가가 삼베 직조를 업으로 삼을 만큼 인기 절정이었다. 하지만 화학섬유가 등장하고 농촌 인구가 줄어든 현재는 단 14개 농가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보성 삼베의 명맥을 되살리고자 보성 주민들이 하나로 뭉쳤다. ‘보성삼베협동조합’이 그 중심이다.
양홍열(60) 보성삼베협동조합 이사장은 “천연 섬유인 삼베는 항균 작용은 물론 튼튼하고 통기성이 좋아 옛 조상들이 여름용 의복에 많이 활용했다”며 “삼베의 원료인 대마는 식품, 의료용품, 산업자재 등 2만 5000여가지 제품으로 활용되는 등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소개했다.
양 이사장은 경희대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의류업체 디자인 사업을 하다 지난 2011년 고향 보성에 귀농해 대마 농사를 시작했다.
지난 2018년 국내에서 대마를 의료용으로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양 이사장은 마약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대마·삼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난 2018년 12월 협동조합을 출범하게 된 계기다.
대마의 주 성분은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와 CBD(칸나비디올)이다. 이 중 THC는 향정신성 작용을 하는 도취성분이며, CBD는 환각 작용이 없어 의료용으로 쓰이는 성분이다. THC가 2% 미만인 대마는 ‘헴프’(hemp)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THC 성분을 제거한 대마 씨앗 ‘헴프시드’는 실제로 식품용으로도 많이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북 안동시는 ‘산업용 헴프(대마)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이 곳에서는 THC 함유량이 0.3% 이하인 대마를 합법적으로 생산·가공·판매할 수 있다. 양 이사장은 “삼베의 본고장인 보성이 안동에 질 수 없지 않느냐”며 웃었다.
현재 보성삼베협동조합은 농가, 수입·유통에 종사하는 조합원 7명이 함께하고 있으며, 보성 삼베로 짠 양말과 마스크 등을 제조해 판매 중이다.
“단순 제조에 그치지 않고 신산업을 찾아 나설 거예요. 보성군·관련 연구센터와 협업해 신물질을 개발하거나, 삼베박물관을 세우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폐교(복내남초등학교) 부지를 구입해 운동장 300여평 부지에서 시험 재배도 하고 있습니다.”
양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목표를 3가지로 요약했다. 폐교 부지를 활용해 삼베체험박물관을 열고, 섬유·식품·의료용품·산업용자재 등 신제품을 개발하며, 연구소를 설립해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밖에 대마 농가를 늘려 국내 재배·공급 체계를 마련하는 등 과제도 남아 있다.
그는 “대마·삼베는 그간 국내에서 발전이 더뎠지만, 이제는 ‘신산업’으로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대마를 산업화하는 데 밑바탕이 되고 싶다”며 “우리 지역 특산물 삼베의 두 번째 전성기를 이끌고, 그 문화적인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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