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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날마다 만우절 - 윤성희] 괜찮다 말하고 싶었다

by 광주일보 2021.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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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등의 작품집을 펴낸 소설가 윤성희가 세상을 보는 시선은 예리하면서도, 따뜻하다. 그는 신작  소설집 ‘날마다 만우절’의  ‘작가의 말’에서 자신에게 따라 붙는 꼬리표인 ‘위로’라는 단어가 싫었던 시기가 있다고 했지만,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무거운 짐을 지고 세상을 건너는 우리 모두에게 전달되는 그 따뜻한 기운을 잊지 못한다. 

신작 ‘날마다 만우절’에는 최근 작가가 천착하고 있는 노년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 등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쓴 열 한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표제작 ‘날마다 만우절’은 아빠와 싸운 뒤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지냈던 고모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3년만에 고모를 찾아가는 ‘나’와 가족들의 이야기로, 각자의 내밀한 사연들이 ‘거짓말’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가볍게 던져지면서 우리 삶에 여유를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여성 서사의 숱한 의제들이 곳곳에서 빛을 내고 있으니, 홀린 듯 읽으며 경험하는 이 놀라움은 윤성희를 읽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라는 심사평을 받은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 ‘어느 밤’은 한밤중에 사고를 당해 낯선 곳에 홀로 쓰러져 있다가 구조되기까지 한 노년의 여성이 써나가는 자서전이다.

“퇴직을 하는 날, 나는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라는 인상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여름방학’은 오랫동안 일한 회사에서 잘린 주인공 ‘나’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오래 일한 자신을 위해 꽃다발을 사고, 축하주를  마시는 화자가 왜 이름을 바꾸려하는지 들려준다.

또 체육대회가 열린 날 동네 사람들이 먹을 음식에 농약을 넣어 어머니가 감옥에 간 후, 집을 팔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세 명의 자식들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홀’, 교도소에 있는 삼촌을 면회가는 화자가 떠올리는 과거의 삼촌 모습을 통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스위치’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밖에 10대 남자 아이가 화자로 등장하는 ‘눈꺼풀’과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밤’, 대학교 신입생인 정민과 그가 한 눈에 반한 민정의 이야기를 풀어낸 연애 소설 ‘네모난 기억’도 실려 있다.

작가는 “책에 실린 소설을 쓰며 사람들의 마음에 뚫린 구멍을 들여다 보았다. 그들이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고,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고, 다정해지고 싶었다”고 말한다.
 <문학동네·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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