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영화골목 ‘산수싸리’ 오픈
정덕용·하도훈 등 17~20일 전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지역 문화계에 신선한 기운을 전하는 젊은 기획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청년 독립큐레이터들 역시 ‘자신만의 시각’이 담긴 기획전으로 미술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9년 산수시장 빈 점포에 문을 열었던 대안 공간 ‘산수싸리’가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젊은 독립큐레이터 김민지(31)씨가 중심이 돼 운영돼온 ‘산수싸리’는 청년 큐레이터들의 다양한 실험공간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산수싸리’가 둥지를 튼 곳은 광주극장 옆 영화골목이다. 지난해 조성된 영화골목에는 동네 서점 ‘소년의 서’와 ‘영화의 집’이 자리하고 있고, 또 다른 대안공간도 문을 열 예정으로 있어 ‘문화가 흐르는 골목’으로 자리잡을 듯하다.
담쟁이 덩굴이 감긴 낡은 2층 건물 1층에 둥지를 튼 ‘산수싸리’(광주시 동구 충장로 46번길 8-8)는 다채로운 문화활동이 펼쳐지는 대안예술공간이다. 40평 규모의 전시장은 오래된 공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화이트 큐브 형태의 갤러리 대신 따뜻한 느낌의 나무로 벽을 만들었고 짐을 쌓아두던 계단 아래 작은 창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등 건물 구석구석을 자연스레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특이한 공간 구조를 잘 활용해 재미있는 전시 등을 해볼 생각이다.
김 대표는 이번에 ‘산수싸리’를 오픈하면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는 장소로 운영하되, 시각예술전문 공간으로 정체성을 확실히 했다. 또 공예가 김한라(31)씨도 새롭게 스텝으로 참여해 다채로운 기획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남대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한 김 대표는 ‘공간’에 관심이 많다. 광주시립미술관 국제교류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돼 3개월간 대만에 머물 때도 예술공간 리서치와 예술 생태계를 알아가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학에서 공부한 내용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느꼈어요. 제가 구현하고 싶은 전시를 녹여낼 수 있는 공간,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들 말이죠. 저와 같은 고민을하는 이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2019년 동구청의 청년창업지원을 받아 ‘산수싸리’를 연 이유입니다.”
사실, 김대표는 이번에 공간을 새롭게 준비하며 ‘고민’이 많았다. 아르코 시각예술창작 비영리 공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는 했지만 ‘지속가능한 공간’을 계속 운영하는 건 힘들다는 걸 알기에 잠시 망설이기도했다.
“2년 정도 산수싸리 활동을 하면서 공간을 계속 운영하는 데 대해 확신이 없기도 했어요. 하지만 독립기획자로서 활동하려면 기반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기에 힘을 냈습니다. 예술하는 친구들이 서울로 많이 떠나는 상황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과 방향을 모색해 보고 싶기도했구요. 조금은 불안정하고 무모하더라도 같은 생각을 나누는 또래들, 후배들에게 어떤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 공간에서 거창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과 같이할 수 있는 ‘거리’를 꾸준히 만들어보려구요.”
‘진정성 해방’을 주제로 현재 열리고 있는 ‘산수싸리 재-개관 기념전’(3~20일·목~일·오후2시~7시)에는 김은경·정덕용·임수범·하도훈 등 4명의 청년 작가를 초청했다. 김은경 작가는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는 작은 창고 안에 작품을 설치하는 등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을 전시중이다. 큐레이터와 작가가 ‘함께’ 만들어간 이번 전시는 작품과 함께 작가 인터뷰 영상을 통해서도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산수동 시절부터 진행했던 ‘큐레토 리얼리즘’ 시리즈는 올해도 계속된다. 비평 세미나 등을 통해 함께 공부한 후 자신만의 전시를 구현해보는 기획이다. 6월중 2명의 기획자를 선정할 예정이며 결과물 책자 발간과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대관도 진행한다.
‘산수싸리’는 하반기부터는 공간이 자리한 영화의 골목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구청 골목 로컬랩 사업도 진행한다. 현재 공사중인 또 다른 대안공간과 영화의 집, 산수싸리, 소년의 서 등 골목길에 자리한 문화공간들이 함께 하는 기획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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