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골목비엔날레’ 기획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
서울-광주 오가며 문화기획 업무 해오다 가족과 9년 전 정착
다음달 9일까지 작품 전시·아트마켓·도슨트 투어 등 진행
“양림동 골목의 특징은 개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골목이란 게 좁고 숨겨진 듯 폐쇄적인 느낌이지만 이곳은 개방적으로 연결되는 통로들인 거죠. 최승효 가옥부터 이곳 10년후 그라운드까지 걸어나오는 곳만 해도 7~8개의 좁은 골목이 있는데 곳곳이 또 다른 문화공간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이남 스튜디오나 한희원 미술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윤회매 문화관 등 구석구석 거닐면서 만날 수 있는 예술공간들이 골목의 가치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양림동 예술인들과 함께 ‘양림골목비엔날레’를 기획한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는 양림동 주민이다.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문화기획 업무를 해오다가 양림동의 매력에 빠져 가족과 함께 내려와 터를 잡은지 올해로 9년째다.
2006년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연출에 참여하면서 광주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이후 대인시장 장소브랜드개발, 광주김치축제 홍보 마케팅, 양림동 문화기획 컨설팅을 하다가 광주 도시문화의 깊이를 알게 됐다고 전한다. 문화적 도시재생전문기업인 쥬스컴퍼니 광주본부를 차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이 있는 마을이 양림동입니다.” 이 대표가 다른 지역에 가서 양림동을 소개할 때 하는 말이다. 100년 가까이 된 이 골목들이 2010년 이전만 해도 어둡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 ‘낡은 골목’이었지만 지금은 100년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진 ‘오래된 골목’이 된 것이다.
“1900년대 초반 선교사들이 머물렀고, 1980년대 5·18의 흔적이 남아 있고, 지금은 다양한 예술인들과 청년들이 만들어가고 관광객들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에요. 골목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100년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간다는 점은 양림동 골목의 큰 매력이지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양림동의 골목은 100년의 시간을 갖고 있는 골목이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많은 곳에 골목들이 존재하지만 그곳을 규정하는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었다. 양림동은 ‘예술인’이 머물러왔고 머무르는 곳이다. 광주에서도 ‘사립미술관과 공립미술관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 ‘작은 마을 안에 25곳의 미술관과 문화공간이 모여있는 문화의 거리’, 이같은 문화적인 정체성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종종 양림동 예술인·주민들과 모임을 갖고 마을의 발전을 의논해왔던 이 대표는 다시 한 번 ‘양림 미술관 거리’ 브랜드를 새롭게 알려나가자는 목표를 세우고 그 첫 번째로 ‘양림골목비엔날레’를 탄생시켰다.
지난 3월 3일 시작된 제1회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침체돼 있는 양림동 상권에 예술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마을 축제로, 오는 5월 9일까지 양림동 전역에서 작품전시와 아트마켓, 도슨트 투어 등이 진행된다.
“골목 상권과 골목 여행이 주목받는 것은 바쁘게 살아가도록 만든 도시공간 구조 속에서 작지만 안전한, 편안한 안식처 같은 공간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나의 방 일수도 있지만 방을 나섰을 때 좀 더 다양한 삶의 흔적들이 있는 골목이라는 곳에 있어도 안전함을 느낀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양림동 골목 구석구석에서는 연인이나 젊은이, 나이드신 분들까지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