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연구수당 싸고 노조와 갈등 … ‘김기선 총장 사의’ 진실 공방
연구인력과 행정직 직원 간 파트너십 부재로 생긴 괴리감도 원인
지역 과학 인재 양성과 자동차·에너지·헬스케어 등 광주의 3대 특화분야 융합연구를 추진해야 할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가 격랑에 휩싸였다.
총장 재임기간 거액의 연구수당 수임 논란으로 인한 노조와의 갈등으로 지난 18일 사의를 표명한 김기선 지스트 총장이 하루 만에 사의를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지스트와 지스트 노조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 19일 학내 실무진 등에게 명확한 사의 표명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사의표명 관련 보도자료 배포 경위를 놓고도 작성처인 기획처는 김 총장이 사의표명을 확인했다는 주장이지만 당사자는 보도자료에 사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의 사퇴 번복 사태가 진실공방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과학 교육 산실인 지스트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사퇴 논란 부른 김 총장 연구수당
지스트 총장의 사퇴(?) 사태는 광주과학기술원의 최고 수장인 김 총장이 대학 CEO로서의 책무보다는 개인의 연구비 챙기기에 집착했다는 지스트 노동조합의 지적으로부터 시작됐다.
지스트 노조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총장이 지난 2년간 급여 4억여원 외에 3억원 이상의 연구수당과 성과급을 챙겼다”며 대학을 경영해야 할 총장으로서 연구수당과 성과급을 받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지스트 노조는 또 “김 총장이 2019년 4월 취임 후 2년간 2개의 센터장을 겸직했다”며 “지스트와 비슷한 과학기술대학이나 정부 출연기관, 국공립 어느 대학도 총장이 연구과제 센터장을 겸직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총장의 자질을 문제삼아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스트 노조는 전 직원 223명 중 176명이 참여한 가운데 김 총장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한 결과, 김 총장은 100점 만점에 평균 평점 35.20점을 받았다.
이후 지스트 노조는 18일 또다시 보도자료를 통해 김 총장은 취임 후 2019년 6월부터 20회, 약 60% 이상의 직원 인사이동을 단행하는 등 거의 매월 인사를 시행해 직원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 이후 김 총장 사의 표명 보도자료가 나왔으나 다음날 김 총장이 번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이 혼란에 빠졌다.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 총장에게 전화와 문자를 수차례 보냈으나 연락되지 않았다.
◇교수와 행정직원(노조)의 괴리
이번 지스트 사태는 표면적으론 김 총장 개인과 노조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연구인력과 행정직 직원들의 파트너십 부재로 생긴 괴리감이 깔려있다는 게 지스트 안팎의 분석이다.
지스트의 일부 교수들은 노조가 지스트 미래는 걱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 만을 대변하는 조직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스트의 한 교수는 최근 학교 게시판에 “지스트의 직원이 계약직 포함 300여명 있는데도 과거 10년 전보다 행정 효율성이 떨어진다. 걸핏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 사무실도 문 닫고, 담당자의 외출 연가 등으로 연구시설 사용은 오후 6시 이후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조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현재 행정직 직원들의 임금은 지스트측이 지원하는 고정분과 수탁한 연구과제의 인건비 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임금의 상당 부분이 교수들이 따낸 프로젝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교수들이 행정직 직원을 업무의 파트너가 아닌 종속된 개념으로 홀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고 탓에 지스트에서는 인사 이동이 일상화돼 있고, 노동법상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만삭의 여직원들이 늦은 시각까지 또는 야근까지 하다가 유산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노조측은 밝혔다. 또한 연구시설을 오후 6시 이후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과 관련, 노조는 “직원들이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이후 근무하는 기관은 국공립은 물론 사립기관에도 없다”면서 “실험실·연구실 등은 상시 운영체제로 가동되고 있고, 다만 일반 행정동이나 사무실 등은 업무이후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 김 총장은 23일께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치 않으며, 최종 거취 문제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채희종 기자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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