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 후에도 다주택자 분양권 각각 인정 잇단 판결
분양권 1개 인정한 기존판례 뒤집어
현금청산 대상자들 줄소송 예고
광주 재개발 사업지역 33곳
‘딱지 사 볼까’ 투기 거래 가능성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분양 자격을 확대한 판결이 잇따르면서 지역 부동산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조합 설립 인가 후 다주택자의 부동산을 사들인 경우에도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 행사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계속되면서 향후 광주·전남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지분 쪼개기’등 투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제기되는가 하면, 기존 사업 추진에서 혼선도 불가피해져 개발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합 설립 인가 뒤에 다세대주택 사도 분양 신청 가능”=광주지법 행정 2부(부장판사 이기리)는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과 관련, A씨가 조합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처분 무효 등’의 소송에서 “A씨는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분양대상자”라고 판시했다.
A씨는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조합설립 인가(2007년 8월 29일) 이후인 2015년 4월,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내 다세대주택(8세대) 중 한 개를 구입하고 조합의 분양신청기간 내 분양을 신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었다.
조합측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39조 1항 3호)을 근거로 ‘1인이 다수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가 양도해 다수의 사람이 다수의 부동산을 각각 소유하는 경우 당초 1인이 다수의 분양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대표조합원에게 1개의 분양권만을 인정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비슷한 항소심 판결을 들어 A씨에게도 재개발사업 분양대상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부는 이날 해당 지역 주민들 3명이 낸 ‘관리처분계획 처분 무효’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민들 손을 들어줬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물딱지(분양권 없는 현금청산 대상)’였던 게 ‘딱지’(주택·상가 우선분양권)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조합설립 인가 후 개발구역 내 집을 산 사람의 경우 기존에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만 받은 채 이주해야 했는데, 이제 분양받는 게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광주고법 행정 1부가 지난해 1월 학동 4구역 주민들이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처분 취소 등’ 소송과 ‘분양권 확인청구’ 소송에서 분양 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고법 재판부는 “나머지 토지 등 소유자의 분양신청권을 제한할 아무런 명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오로지 투기 방지라는 공익적 이유를 들어 구 도시정비법 및 관계 법령의 유추·확장해석을 통해 나머지 토지 등 소유자의 분양신청권을 박탈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도 분양권 달라’ 봇물·투기 수요 우려=분양권 확대 판결이 이어지면서 투기 수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구역 내 현금청산 대상자들의 줄소송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법제처는 그동안 투기세력의 유입에 의한 도시정비사업의 사업성 저하를 막고 기존 조합원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조합설립 이후 다주택자의 물건 중 일부를 매입해도 분양권을 받을 수 없고 현금청산자가 되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법제처 판단이 11년 만인 지난해 광주고법 판결로 바뀐 뒤 올해부터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면서 업계에서 혼선이 커지는 모양새다.
다주택자의 분양자격이 인정되는 만큼 재개발구역 내 부동산을 대량 사들였다가 이후 비싼 값에 되팔려는 투기가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합원 수가 늘어나는 만큼 일반 분양 물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사업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한 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의 경우 학동 4구역 이외에도 계림4구역, 서구 광천동, 남구 서동, 북구 누문동, 광산구 신가동 등 재개발 사업지역만 33곳에 이른다. 조합설립 인가가 나지 않은 7곳을 제외한 26곳에서 다주택 소유자에게 소유권을 얻고도 분양권을 인정받지 못한 조합원의 소송전도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계획연구소 이봉수 소장은 “다주택 소유자의 분양권을 인정하게 되면 결국 재개발지역은 투기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고, 조합원들의 손해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분양자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는 도·정·법 개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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