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전국 의병 60% ‘호남 의병’ 역사 추적
1977년부터 439회 연재 ‘전국 반향’
道 ‘남도의병 역사공원·박물관’ 추진
‘의향’ 남도민 자긍심 높이는 계기로
광주일보가 46년만에 다시 호남 의병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외적의 침입으로 국가가 사라질 위기에서 군대를 조직해 저항한 민간인이 의병이다. 광주일보(1952년 창간한 전남일보와 1960년 창간한 전남매일이 1980년 11월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인해 광주일보로 통합 창간함)의 전신인 전남일보는 1975년 12월 1일부터 1977년 7월 21일까지 1년 8개월여 동안 439회의 ‘구국의 백의선봉 그 위업을 기리는 대하연재 의병열전’(이하 의병열전)을 게재한 바 있다.
이 기획시리즈는 100여 차례의 현장 취재, 문헌 및 자료 수집, 후손 인터뷰 등을 통해 숨겨져 있던 호남 의병의 역사를 추적, 그 진실과 의의를 되살려냈다. 전국 의병의 60% 이상을 차지한 호남 의병이 왜 거병했는지, 그들이 바라고 이루려고 했던 뜻은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내고 그들의 안타깝지만 장렬한 최후를 그려내 전라도가 ‘의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 시리즈의 필자인 조동수 전 광주일보 주필(당시 정치부 차장)과 김동영 전 로케트전기 대표이사(당시 사회부 기자)는 1977년 제10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하고, 이후 강의를 통해 호남 의병을 전국에 알렸다. 장흥 고씨, 광산 김씨, 경주 김씨, 죽산 안씨 등의 종친회는 조상의 자랑스러운 업적을 일깨워준 고마움에 감사패를 전달하고, 대학 등 학계와 독자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전남도는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23-3 일원(우선협상대상지)에 모두 480억원을 들여 오는 2024년까지 ‘남도의병 역사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박물관, 추모시설, 역사숲 등이 들어서는데 부지 면적만 36만3686㎡에 달한다. 남도의병 역사공원은 김영록 전남지사의 역점 시책사업으로, 의병들의 구국 충혼을 기리고 정의로운 역사를 일궈온 남도민들의 영예와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다. ‘남도 의병’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국난 극복에 앞장선 호남의병 중 3분의 2가 전남 출신으로 전남의 정체성과 도민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붙인 명칭이다.
박물관 전시 프로그램은 모든 계층이 공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과 첨단전시기법을 활용한 맞춤형 테마로 구성, 다양한 전시기술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전남도의 복안이다.
전국 규모의 남도의병 역사공원이 들어서면 남도의 평범한 사람들이 의병이 돼 국난 극복에 앞장선 의로운 정신을 드높이고 나라를 구한 남도민의 구국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마형 관광자원으로서 전남의 ‘블루투어’에도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전남도는 지난 2019년부터 이 공원 박물관에 들어설 의병 유물자료 수집에 나서 381점을 구입하고, 1점을 기증받은 바 있다. 이와 함께 남도 의병 공원이 조성되는 나주는 2021년 6월 1일 행정안전부 주관 ‘제11회 대한민국 의병의 날 기념행사’ 개최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도 의병에 초점을 맞춰 호남 의병의 역사적 가치와 현재적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46년 전의 ‘의병 열전’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당시 정리된 에피소드들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편집하고, 역사적인 현장들을 찾아 그 변화상을 점검하는 것도 이번 ‘신 의병열전’의 취지다. 46년 전 의병열전에서는 임란 의병장 26명, 병자호란 의병장 10명, 한말 의병장 16명 등 모두 52명의 의병장을 심층적으로 다뤘으며, 그 과정에서 이름이 밝혀진 의병은 모두 4200여 명이다. 또 이 시리즈에서는 강제병합을 앞둔 일제가 1906년부터 1909년까지 전남도내 의병 진압 과정을 기록한 ‘전남폭도사’를 최초로 공개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일제가 한 지역의 의병만을 다뤄 상세히 정리해뒀다는 것 자체가 당시 남도 의병의 중대함과 그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내 반전주의자인 후카가와 무네토시(深川宗俊)가 첫 발굴한 이 자료는 1기(1906년 1월~1907년 12월), 2기(1908년), 3기(1909년)로 구분했으며, 1기에서는 최익현, 고광순, 기삼연 등이, 2기에서는 김태원 김율 형제, 3기에서는 전해산, 심남일, 안규홍 등이 주도했다고 적고 있다. 이 자료에서는 의병장들에 대해 “애국지성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쓰기도 했으며, 한 지역의 의병 관계 기록을 통사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라는 점이 특징이다.
의병열전은 호남만이 아니라 영남까지 찾아가 직접 현장을 취재하고, 후손들이 보존하고 있는 유품과 유적, 생가, 기념비 등을 샅샅이 뒤졌다. 또 후손들의 이야기를 들어 각 의병장의 숨겨진 에피소드를 찾아내고, 특히 83권에 이르는 문헌을 발굴해 한자를 번역,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참고한 문헌은 임진왜란사, 한국사, 난중일기, 한국의 인맥, 독립운동사 1권 및 자료집, 호남절의록, 왕비열전, 매천야록, 제봉집(고경명), 유서석록(고경명), 광주읍지, 전라남도지, 전라북도지, 백사집(이항복), 일휴당문집(최경회), 건재문집(김천일) 등이다.
조동수 광주일보 전 주필은 “이 시리즈의 서두에 역사가 망하는 것은 국가가 망하는 것보다 더 큰 비극이라고 적은 바 있다”며 “46년 전의 기사를 재조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이를 통해 남도 의병에 대한 지역민과 전국민적인 관심을 높이고, 그 의미를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