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안써도 되고 음주운전 해도 범칙금 3만원 내면 ‘끝’
인도·횡단보도 ‘무법 질주’ 만연…보행자까지 위험 노출
만 16세 이상 면허 소지자 한정 등 개정안 내년 4월 시행
17일 오전 11시, 광주시 동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 앞.
한 대학생이 후문 입구 한 켠에 서있는 공유 전동킥보드에 다가가더니 휴대전화를 이용해 전동킥보드에 시동을 걸었다. 전동킥보드에 올라탄 학생은 빠른 속도로 인파 사이를 이리저리 지나더니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반대편 인도로 질주했다.
반대편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대학생 A씨는 “인도와 횡단보도를 지나는 전동킥보드들 때문에 보행자들이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뒤이어 대학생 6명이 수분 단위로 공유 전동킥보드를 탑승했는데, 이들 모두 인도를 이용해 전동킥보드를 몰고 사라지긴 마찬가지 였다.
전남대 후문에서 한시간 가량 전동킥보드 탑승자들을 살펴본 결과, 차도를 이용하는 경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지난 10일부터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이동장치(PM)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전동킥보드가 도심 속 위험요소로 자리잡았다는 지적이다.
운전면허가 필요 없고 헬멧도 미착용에 따른 처벌이 사라진 데다, 사용자 연령이 만 13세로 낮아지면서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에서 운영 중인 공유 전동킥보드는 1500여 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 업체는 2곳으로 상무지구·수완지구·첨단지구를 중심으로 운영중인 A업체가 1000여대, 전남대·조선대를 중심으로 운영중인 B업체가 500여대를 운영 중에 있다.
올해 중순만해도 경찰 등에서 파악하고 있었던 50여대에 견줘 3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최근 광주지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동킥보드 이용은 급증한 반면 관련 법규는 크게 완화되면서 전동킥보드 관련 안전사고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지난 2일 동구의 한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전동킥보드가 택시와 부딪혀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당시 전동 킥보드 운전자는 법규 개정 이전이라 안전모를 착용해야 했지만, 이를 어긴 탓에 부상이 한층 컸다.
전동 킥보드의 성격상 사고시 머리를 다치기 쉬운데도 불구하고,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처벌 규정이 삭제돼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허점이 생긴 셈이다.
또한 법 개정으로 보도 이용이 금지되고 자전거 도로와 차도 이용 시 우측 끝 차선을 이용하도록 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광주시 등 전국 7개 시·도 69개 지점에서 관찰한 결과를 살펴보면, 관찰 지점을 지나간 전동킥보드 1340대 가운데 63.5%(851대)가 ‘인도’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원동기장치로 분류되면서 음주운전 처벌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범칙금 3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전동킥보드의 안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9일 국회는 도로교통법을 다시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만 16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만 이용할 수 있고 ▲운전자가 헬멧 등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동승자에게 착용하도록 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재개정안 다시 시행하려면 내년 4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광주시교통문화연수원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전동킥보드는 아직까지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되고, 음주운전도 처벌 없이 고작 범칙금 3만원만 내면 되는 여러 맹점을 안고 있다”면서 “개개인이 안전에 힘써야 되며, 인도나 보도를 이용해 보행자를 위협하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경찰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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