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앞둔 윤재룡 전남대 의대 명예교수 영문 전공서적 출간… 세종도서 선정
태아기 뼈·관절 성장 모습 통한 인간 운동시스템 설명
등산으로 건강 관리 “체력 꾸준히 길러 연구 계속할 것”
윤재룡 전남대 의대 명예교수는 광주·전남 의료계의 산 증인이자, 존경받는 큰 어른이다. 1997년 전남대 의대(해부학교실)에서 정년 후 2006년까지 서남대 총장으로 재직한 윤 교수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의사, 교수 등 수많은 의료인을 길러냈다.
올해 여든 아홉인 윤 교수는 최근 난생 처음 책을 펴냈다. 영어 저서 ‘The Prenatal Development of the Human Locomotor System(인간운동 시스템의 태아기 발달)’다. 전남대 출판문화원에서 나온 이 책은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하는 ‘세종도서’에도 뽑혔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신의 전공 분야를 갈무리한 책을 내놓는 ‘또 다른’ 도전을 한 그는 지금도 책을 가까이하고 등산을 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정년 25년이 넘은 명예교수의 책을 내 준 것만도 분에 넘치는데 국가에서 우수도서로 선정까지 해주니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간한 책은 인간의 운동시스템을 설명하는 의학교재입니다. 각종 뼈와 관절이 태아기에 어떤 형태와 특질을 지니고 발달하는지 정밀한 사진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죠. 책을 낸 이유는 제가 평생 모은 사진 자료가 우리나라와 해외 의학교육에 활용됐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1960~70년대 태아기 뼈와 관절의 성장 모습을 찍은 귀한 사진 자료 등이 집필의 바탕이 됐습니다. 정형외과와 해부학에서 사용하는 우리말 의학용어에 일부 혼선이 있어 한글본 대신 아예 영어로 책을 출간했습니다.”
1965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따고 임상에서 활동했지만 정작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는 기초의학 분야인 해부학교실에서 했던 그는 늘 제자들에게 ‘기상, 창의, 봉사’라는 3대 철학을 심어주려 애썼다.
“제자들을 의사로 교수로 사회에 진출시킨 건 저의 평생의 업이었죠. 학생들을 가르치며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라는 기상을 견지하고 남들보다 영리함에 뒤지지 말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봉사 정신을 살려 돈과 명예 대신 진실한 의료인으로 성장하도록 강조했습니다.”
윤 교수를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산’이다. 전남대 의대 산악부 지도교수를 오랫동안 맡아 해외원정 등을 이끌었고 서남대 의대에서도 매년 본과 학생들과 등산을 하며 기상을 살리고 자연을 공유하는 기회를 자주 가졌다. 지금도 매주 금당산을 걸으며 건강을 유지하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등반으로 1987년 히말라야 렌포강(7083m) 서벽 첫 등정을 꼽았다. 그는 원정대장을 맡아 조석필·권현(이상 산악부 OB), 홍운기·김수현·이정훈(이상 본과) 대원을 이끌었다. 당시 등반 성공은 전 세계 최초로 의대 클라이머의 히말라야 등정 성공이라는 기록으로 기사화되는 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의 최대 소망은 제자들에게 부끄럼 없는 선생으로 남는 것입니다. 제 아호가 상산(常山)입니다. ‘항상 산으로 사는’이라는 호처럼 욕심 없이 살겠습니다. 체력도 꾸준히 길러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의학자로서의 자부심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이번 책 출간은 당초 예정보다 늦어졌다. 책 준비 당시 소아과 의사로 자신의 뒤를 잇던 큰 아들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망연자실했던 윤 명예교수는 마음을 다 잡고 가족과 제자들의 권유로 책을 출간했다. 차남(윤희석·기계공학과)과 삼남(윤성석·정치외교학과)은 전남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푸른안과 이문기 원장이 사위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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