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 모(慕) 아닌 모을 모(募) 표기 ‘눈살’…동구 “급하게 제작한 탓” 유족 등에 사과
광주시 동구가 광주 학동 붕괴 참사 3주기 추모식 현수막의 오자(誤字) 때문에 유족에게 머리를 숙였다.
동구는 지난 9일 광주시 동구청 주차장 일대에서 엄수된 학동참사 3주기 추모식 현장에서 분향소를 마련하면서 중앙 현수막에 ‘추모’의 한자를 ‘追慕’가 아닌 ‘追募’로 썼다.
그릴 모(慕)가 아니라 ‘사람을 모집한다’는 뜻을 가진 모을 모(募)로 잘못 표기해 전혀 의미가 다른 ‘추가 모집’이 돼버렸다.
동구 측은 행사 나흘이 지난 13일까지 현수막 내용이 잘못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동구 관계자는 “현수막 시안을 만들 때만 해도 그릴 모(慕)자로 제대로 쓰여 있었으나, 오전 중 업체에서 시안을 수정하면서 한자가 뒤바뀌었다”고 해명했다.
동구 등에 따르면 동구는 당초 가로 5m, 세로 2.5m 규모의 분향소 중앙 현수막을 행사대행업체에 제작 요청했으며, 당시 한자는 올바로 표기돼 있었다.
하지만 행사 당일 오전 9시께 분향소 텐트를 설치하고 보니 현수막이 너무 크게 만들어졌고, 동구는 급히 규모를 줄여 새로 제작할 것을 업체에 요구했다.
행사대행업체는 “일요일 오전에 일하는 현수막 제작 업체가 별로 없어 급히 다른 업체를 수배해 시안을 JPG 파일로 보냈다”며 “현수막을 제작하려면 사진 파일(JPG)이 아닌 디자인 파일(AI)이 필요한 터라 현수막 제작 업체가 시안을 보고 급히 AI파일을 따라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다”고 밝혔다.
행사대행업체가 오전 10시 48분에 현수막 제작업체로부터 전달받은 수정 시안에서 최초로 한자 오류가 발생했다.
이후 별다른 검토나 점검 과정 없이 동구는 행사장에 한자가 잘못 표기된 현수막을 사용했다.
동구 관계자는 “행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급하게 새로 현수막을 제작하느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업체 측에서 기존 시안대로 만들었을 것이라 의심치 않았는데, 꼼꼼히 살펴보지 못해 큰 실수를 했다. 유족들과 추모객, 모두에게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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