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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한우 키울수록 손해”…전남 축산농 상경집회 간다

by 광주일보 2024.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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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1억씩 적자” 호소도…12년만에 내달초 한우 반납 집회 열기로
“사룟값 치솟아 출혈 생산…축산농 20% 폐업 수순” 대책 마련 촉구

10일 광주시 북구의 한 한우 농가에서 소가 여물을 먹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전남지역 한우 농가들이 다음달 초 12년만에 전국한우협회 회원들과 함께 ‘상경 집회’에 나선다.

사료가격은 날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한우 수요가 줄고 도매가마저 급락해 소를 키울 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에 이르자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10일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에 따르면 전국한우협회 15개 회장단은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고 다음달 초 상경해 대규모 ‘한우반납집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우를 정부에 반납해, 한우 가격을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회 관계자는 “7월 초에 서울에 올라가서 한우반납집회를 열기로 했다. 정확한 날짜와 구체적인 안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지난 2012년 이후 12년만에 한우반납집회를 연다. 당시 전국 한우농가는 한우 가격 폭락과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에 반발해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으나, 경찰이 전국 고속도로를 차벽으로 차단하면서 무산됐다.

축산 농가가 나선 이유는 이번에도 만성적인 적자 때문이다.

김동구 전국한우협회 영암군지부장은 “더 이상 졸라 맬 허리띠도 없다. 거세우(거세한 수소) 한 마리를 키워 팔면 200만원씩 손해가 난다”면서 “심지어 1000여마리 소를 키우는 한 농가는 매달 1억원씩 적자가 나서 지난 1년 동안 12억원이 넘는 손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영암지역에서 올들어 축산 농가 3곳이 소를 처분하고 축사를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축산 농가들에 따르면 소 한 마리를 출하할 때까지 사룟값 600만원이 들고 송아지 구입비 평균 350만원을 더하면 총 950만원이 총비용이다.

하지만 최근 소 한 마리 팔면 잘 받아야 800~900만원이며, 등급이 한 등급이라도 아래로 떨어지면 70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결국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연승 전국한우협회 장흥군지부장은 “30여년 전 한우 도매가 폭락 사태를 떠올릴 정도로 한우 농가가 위기다”며 “나도 2년 전만 해도 한우 150마리를 키웠는데, 최근에는 80마리로 줄였다”고 한탄했다.

최근 3년 사이 한우 도축 마릿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일 공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육우 축산관측’ 자료에 따르면 한우 도축 마릿수는 2021년 87만 2000마리, 2022년 86만 9000마리, 2023년 92만 9000마리에 이어 올해는 97만 5000마리로 추정됐다.

반면 도매 가격은 하락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포털의 ‘소 유통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7일 기준 소 평균 도매 가격은 1㎏당 1만 4697원이었다. 같은 날짜 기준 2021년 1만 6352원, 2022년 1만 9976원, 2023년 1만 6101원 등 줄곧 내리막이다.

소비자 가격 또한 지난 7일 기준 한우 등심은 1㎏당 8만 2780원으로, 2021년 10만 3774원, 2022년 10만 2690원, 2023년 8만 9550원에 이어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축산물생산비조사’에 따르면 2023년 송아지 마리당 생산비는 497만원으로 전년대비 59만 8000원(13.7%) 증가했다. 한우 비육우 생산비는 생체 100㎏당 129만원으로 전년대비 3000원 감소했으나, 이는 송아지 산지가격 하락으로 인해 비용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비육용 배합사료비는 2022년 ㎏당 570원에서 2023년 586원으로 2.9% 증가했으며, 자가노동단가 또한 2022년 시간당 2만 1609원에서 2023년 2만 2460원으로 3.9% 증가했다.


이 때문에 올해 기준 한우 비육우 마리당 순수익은 -142만 6000원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전년 -69만원에 비해 73만 6000원 감소한 수치다.

윤순성 협회 광주전남도지회장은 “전남 한우 농가의 20% 정도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며 “정부에서 FTA 피해보전금 명목으로 주고 있는 한마리당 5만원 꼴의 지원금으로는 한 마리당 발생하는 200여만원 적자를 도저히 메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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