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에 가려진 경찰 인사시스템…청탁 비리 키웠다

‘사건 브로커’ 수사로 본 인사시스템
심사·특별승진 근평 비공개로 지휘관 주관적 평가에 승진 좌우
광주지검, 전남경찰청 등 7곳 압수수색…인사 비위 집중 타깃

/클립아트코리아

검찰의 ‘사건 브로커’ 수사에서 경찰의 인사비위가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칼이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에서 싹튼 비리를 겨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김진호)가 이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정오까지 전남경찰청 인사계·안보대와 해남·진도경찰서 등지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사건브로커 A(62)씨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최근 숨진 전 전남경찰청장 B치안감과 구속된 전남경찰청 소속 전 C경감 등을 통해 인사청탁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경정과 경감 등 인사 대상자 가운데 전·현직 경찰관 2000~3000만원 정도의 금품을 건네고 승진을 청탁한 것으로 보고있다.

전직 C경감이 A씨에게 청탁자들로부터 받은 금품을 건내고 이 금품이 경찰 고위직으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날 검찰은 전남경찰청 인사계에서 B치안감 재임 시기인 2021년 경위부터 경감까지의 승진인사 자료를 모두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전남지역 일선 경찰서에서는 당시 승진을 한 인사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미 퇴직한 경찰의 경우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수사기관 청탁을 대가로 다른 공범과 함께 가상자산 사기 사건 용의자로부터 고가 외제차 등 18억5400만원을 받아 구속된 상태다.

경찰 내부에서는 A씨와 같은 브로커가 활동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을 지목하고 있다.

경찰관들이 승진에 ‘목숨 거는’ 상황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승진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경위와 경감은 이미 포화상태고 간부급 경정과 총경의 경우 자리가 너무 적다. 힘들게 경정으로 승진해도 14년 뒤에 총경을 달지 못하면 계급정년에 걸려 빠를 경우 40대 후반에도 퇴직해야 하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승진경쟁을 벌이게 된다.

또한 광주·전남 경찰조직은 전형적인 ‘항아리’ 구조라는 점도 인사 난맥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7월말 기준 광주경찰청 소속 경찰 총 3842명 가운데 총경은 22명, 경정은 134명, 경감은 856명, 경위는 1366명, 경사는 605명, 경장은 412명, 순경은 278명이다. 전남경찰청 전체 인원 6028명 중 총경은 42명, 경정은 139명, 경감은 1268명, 경위는 2241명이다.

경찰 승진 인사는 내부승진을 위주로 하는 폐쇄형을 지향하고 있다. 결국, 인사청탁과 비위가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경감까지는 근속하면 승진할 수 있지만 경정부터는 시험과 심사만으로 승진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심사승진과 특별승진의 경우에는 항상 뒷말이 나온다.

심사승진은 경무관 이하의 계급승진에서 운용하는 방식으로 경정 이하 승진의 경우에는 심사승진과 시험승진이 각각 50%의 비율로 행해지고 있다.

심사승진의 절차는 먼저 승진대상자가 선정된다. 승진소요 최저 근무년수에 달한 자를 근무성적, 경력, 교육훈련, 가점평정을 합산한 고득점 순으로 작성해 심사승진 임용예정자의 5배수 이내자를 대상자로 선정한다.

문제는 여기에 지휘관의 평가 점수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승진대상자의 근무성적의 경우 대상자들 대부분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결국 지휘관의 점수가 결국 승진대상자를 가른다는 것이다. 여기에 승진의 기초가 되는 근무성적평정도 비공개여서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고, 승진에 대해 불신풍조가 형성되고 있다.

결국 경찰들은 지휘관과 연고가 없다면 브로커를 통한 청탁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고과는 지휘관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결정돼 공정한 인사라고 볼 수 없다”며 “발탁이나 재량에 의한 비공개 승진 시스템을 개선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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