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공연기회 얻기 힘든 신진예술가 지원" 취지
공모 통해 12인 선정...25일 금호아트홀 관현악 등 공연
학창 시절…… ‘음대생’을 마주친 적 있는가?
긴 생머리를 나풀거리며 연습실에서 피아노의 흑건, 백건을 고상하게 누르던 그들을. 뭇 남학생들에게 음대생은 예술세계에 심취해 있는 ‘환상 속 대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호수 위의 백조처럼 음악계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신진 예술가들에게 높게 다가오는 진입장벽 등의 이유로, 음대 졸업생 중 다수는 예술 활동을 중단하곤 한다. 저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유학 생활의 부담감, 경제력, 열약한 지역 현실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새내기 예술가들이 비상할 수 있도록 예술대 졸업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음악회가 열린다.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펼쳐지는 ‘Remember Artist’가 바로 그것.
“잊혀진 예술가들을 관객들이 기억해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했어요. 공연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다시 한번 자긍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행사를 총괄하는 최혜지(여·26) 씨는 전남대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뒤, 동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16일 오전 전남대 용지에서 만난 최 씨는 수수했지만 예술에 대해서만큼은 강단 있는 태도를 보여줬다.
이번 행사는 청년문화허브가 주관하는 ‘호랭이 왕국’ 프로그램에서 기획비 일부를 지원받아 열린다. 여기에 최 씨의 사비까지 더해 포스터 디자인부터 홍보까지 진행하고 있다.
“음대 선후배들 사이에서 졸업 후 연주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부터도 비슷한 경험을 했죠. 무대에 서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가 발품을 팔았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 고통을 알기에, 사비를 들여서라도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죠.”
우리 지역에는 광주예술의전당, 빛고을시민문화관 등 유수의 공연 시설이 있다. 신진 예술가로서 이같은 공간에 서는 것이 어렵게 다가오는지 묻자 최 씨는 “커리어나 공연 이력이 많지 않은 ‘신인’들에게는 마냥 쉽지 않다”며 “특정 기관은 대관 신청 자격으로 예술활동경력증명을 요청하는데, 이 경우 청소년연주회, 교내 연주회 등은 경력 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어려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음대를 졸업한 신진 예술가가 공연장을 대관해 독주회를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많은 경우 ‘지도교수 제자 음악회’ 등을 통해 제자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곤 한다.
한편 광주문화재단에서는 매년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을 통해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생애최초 지원, 청년예술인 지원금으로 인당 400만 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경쟁은 치열한 편.
한편 이번 행사는 9월 중 사전공모를 통해 성악, 관현악, 피아노 분야 예술가들을 선발했다. 총 20여 명이 지원했는데 최 씨가 그중 12명의 예술가를 선정했다. 최 씨 본인은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성악 본공연은 소프라노 임대희가 ‘참 맑은 물살’, ‘죽음이여, 오너라’ 등이 막을 연다. 이어 소프라노 오세미가 ‘목가’, ‘연(緣)’을 선보일 예정이며 테너 서재원이 ‘뱃노래’, 오페라 돈 조반니 중 ‘그녀 마음속의 평안이’를 부른다. ‘마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아, 그대였던가’는 소프라노 조안나가 들려준다.
관현악 레퍼토리도 울려 퍼진다. 이수민과 문윤정의 플룻 연주, 김예본의 바이올린 선율을 감상할 수 있다. 대미는 피아노 연주자들이 장식한다. 정은주, 김경은 등 피아니스트들이 올라 라흐마니노프, 드뷔시, 쇼팽 등의 곡을 연주한다. 이들은 음대 출신 졸업생들.
무엇이든 첫 시작은 어렵다. 이끌어 주는 사람 없이 목표를 ‘성취’ 하기란 쉽지 않은 게 문화계 현실이다. 이번 행사로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동시대 신진예술가들이 예술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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