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동에 ‘세계카메라영화박물관’
최초 촬영기 ‘카메라 옵스큐라’ 등
카메라 ·영화기기 6800여점 전시
“심마니들도 도라지, 장뇌삼, 산삼을 발견할 때 기분이 모두 다르지 않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벼룩시장이나 카메라샵에서 오래된 카메라를 발견할 때면 각기 다른 심정이 떠오릅니다. 30년간 찾아 헤매다 작년에 겨우 수집한 ‘원색분해용 RGB 3색 카메라’를 발견했을 때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심봤다’”
오전 11시께 방문한 동명동(동계로 5) ‘세계 카메라영화 박물관(관장 이수환, 이하 박물관)’에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이 관장이 직접 수집한 카메라 1800여 점과 환등기, 영상카메라 등 영화기기 5000여 점이 놓여 있었다. 40평 남짓한 전시공간은 크지 않더라도 내실 있었다.
입구에 놓인 인류사 최초의 촬영기기 ‘카메라 옵스큐라’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세기경 만든 이 기기는 빛이 투과하는 면에 기름종이를 두고 상을 따라 그리는 방식이다. 직접 구할 수 없는 탓에 이 관장은 목공기술을 익혀 실제로 작동하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제작·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인 ‘카메라 루시다’도 만나볼 수 있었다. 프리즘을 조작하며 육안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따라 그리는 방식이며, 원리는 앞선 카메라 옵스큐라와 유사하지만 이동식 기능까지 갖췄다.
최초의 카메라 셔터 촬영체험 및 고전적 형태의 플래시 체험은 아이들도 재밌어 할 것으로 보였다. ‘기요틴(단두대)’이라 불리는 최초의 카메라 셔터는 단두대 날처럼 차단막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작동했다. 물리적으로 빛의 노출량을 조절하는 것. 또 카메라 플래시는 마그네슘에서 스파크가 튈 때 빛을 반사해 조도를 높이는 원리로 만들어졌으며 반짝 하는 불꽃이 튀었다. 이외에도 박물관에서는 여전히 작동하는 카메라 관련 기기들을 직접 조작해볼 수 있었다.
이 관장은 “카메라 기술은 돌고 돈다”며 “현대식 카메라와 사진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SD카드를 인식하는 기기가 변하거나 마그네틱 등이 부식되면 현대식 기기들도 얼마든지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비로운 카메라공학 기술의 원류도 만나볼 수 있었다. 넓은 조경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내는 스마트폰의 ‘파노라마’ 기능은 최신 기술이라 생각되지만 태엽을 감아 렌즈를 회전시키는 원리로 일찍이 구현됐다. 현대식 산물이라 오해받는 3D사진도 유구한 역사를 갖는다. 여러 색의 레이어를 혼합해 촬영하는 입체사진, 매직아이 사진, 홀로그램 등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등장했던 기술인 것.
전시물들의 수집 경로를 묻는 질문에 이 관장은 “해외여행을 나갈 때마다 벼룩시장, 카메라샵 등을 서성인다”며 “요즘엔 사이트도 잘 구축이 되어 있고 카메라만을 전문적으로 알선해주는 루트도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1930년대 스파이들이 사용했던 초소형 카메라 ‘MINOX’부터 영화학도를 꿈꾸는 이들에게 공부가 될 영화 전시공간까지 마련돼 볼거리가 다양했다. 8mm 초소형 영화용 필름이나 음성을 녹음하는 고화질 극장영화용 70mm 필름이 사이즈별로 전시돼 있었으며, 필름을 연결하는 스플라이서나 영화 편집기, 각종 영화 포스터도 볼 수 있어 눈이 즐거웠다.
이 관장은 “원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사진을 자주 찍다 보니 카메라가 고장 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기를 바꿔가며 촬영하면서 구조, 디자인 등에 빠지게 돼 지금까지 30년간 수집해 왔다”고 수집 계기를 말했다. 이어 “궁동에서 별도의 예술사업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얻는 수익을 거의 다 쏟아부을 정도로 박물관에 열정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물관에 커플 단위로도 많이 방문한다”며 “진부하고 낡은 골동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방문객 대부분이 새롭고 신선하다고 이야기한다. 작동되는 카메라들이 많아 ‘살아있는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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