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지구 37곳…시·구청 선정 기준 제각각에 근본 해결책 마련 안해
대부분 저지대인데 배수펌프·저수조 등 설치 제대로 안돼 침수 반복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산사태와 지하차도 침수, 도로 침하 등 잇따라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지역 침수취약지구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수취약지구 선정 기준도 없어 지자체가 임의로 선정하고, 선정되더라도 침수피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지역 5개 자치구의 침수취약지구는 총 37곳(동구 6곳, 서구 4곳, 남구 7곳, 북구 8곳, 광산구 12곳)에 달한다.
침수취약지구는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침수 피해가 예견되는 곳으로 과거 피해가 발생했던 곳을 취약지구로 선정하고 있다. 이 탓에 광주시가 선정한 침수취약지구와 자치구가 선정한 침수취약지구도 각각 달랐다.
선정도 안전진단이나 구체적인 침수 원인을 기준으로 하기 보다 단순히 과거 피해 발생 여부만으로 결정하고 있어 정확한 침수취약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다 보니 대책을 마련해도 다시 침수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매년 침수피해가 발생한 남구 백운광장의 경우 지난 2018년 8월 시간당 6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과 상가 120여 곳이 물에 잠기고 차량 수십대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남구는 집중호우에 견딜 수 있도록 하수관 직경이 더 큰 관로로 변경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시간당 51㎜ 비가 집중되자 여전히 백운광장에는 물이 차 올랐다.
남구는 이번 백운광장 일대 침수 원인에 대해 ‘비와 함께 밀려온 쓰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수구 입구에 설치된 빗물받이에 쓰레기들이 걸려 빗물이 도로로 차 올랐다는 것이다.
침수취약지구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는데도 쓰레기로 물이 차오를 때까지 현장에서 관리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년 침수취약지구로 선정됐는데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침수취약지구는 대부분 도심 저지대라는 점에서 배수 펌프나 탱크 등 저수조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구에 설치된 저류지는 봉선동과 월산동, 백운동 일대의 침수취약지역이 아닌 행암동(1곳)과 노대동(2곳), 임암동(3곳)에 있다.
서구가 선정한 침수취약지구 중 농성동 일대(서석고 인근)는 2018년과 2020년 비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이곳은 인근 하수도 용량도 적고 하류 지역인 탓에 남구 백운동의 물까지 몰리게 돼 상습 침수구역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농성·화정동 주민들은 서구청에 항구적 침수대책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시위 행진을 벌였고 농성·화정동 침수피해 주민대책위원장은 침수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333일간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서구는 예산을 확보해 지난해 이 일대에 하수도를 추가 설치했지만 올해 집중호우에도 빗물 역류로 인한 도로 침수는 피하지 못했다.
서구 관계자는 “시우량(1시간동안 내린 강우량)이 20㎜ 가량이면 감당이 가능한데, 한 시간에 45㎜까지 내릴 거라 예상치 못해 도로가 잠긴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지대로 선정해 집중 관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수피해는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침수취약지구에 저류지를 마련하고 반드시 배수펌프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비 피해를 막기 위해선 배수펌프를 설치하고 시간당 집중호우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용량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모래 마개나 빗물 받이는 소극적 대처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안전 예산을 늘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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