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해외직구 압류하자
체납자들 “밀린 세금 낼게요”
#.여수에서 건설업을 하는 A씨는 지난해 7월 양도소득세 8900만원 가운데 지방세분(10%) 납부를 계속 미뤘다. 70억원 상당 건물이 압류돼 있지만 공매 절차가 복잡해 추징이 안되고 있었고 자신 명의의 예금이나 자동차조차 없어 버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4월 여수시로부터 통지서를 받고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여수시가 5000만원 상당의 A씨의 가상화폐 투자 내역을 확인, 계좌를 압류한 것이다. 거래가 정지된 채 폭락하는 코인 가격을 보다 못한 A씨는 “7월 중 밀린 세금을 자진 납부하겠다. 제발 코인 거래정지를 풀어달라”고 여수시에 호소했다.
#.광주시 남구에 사는 B씨는 지난해 6월부터 자동차세 외 14건에 대한 지방세 139만원을 체납했다. 남구는 B씨의 재산을 추적하던 중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450만원 상당의 코인 투자금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남구가 지난달 1일 가상화폐 거래 계좌 압류를 예고하자, B씨는 1주일 만에 체납액을 전액 납부했다.
보유재산이 있는데도 지방세 등 세금 납부를 미루는 악성 체납자들이 점점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를 비롯한 자치단체들이 체납자 자산 은닉을 막기 위해 압류 대상을 가상화폐, 해외직구 물품 등 다양화하며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광주시 등 자치단체들에 따르면 가상자산은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되면서 징수 대상이 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도 기존 금융회사 등이 준수하는 고객 본인 확인, 의심 거래 보고 등 의무를 이행하도록 개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지난해 4월부터, 전남도는 5월부터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4곳의 체납자 보유 가상자산을 확인해 압류, 처분까지 진행해 왔다.
일선 징세 담당자에 따르면 가상자산은 다른 자산에 비해 비교적 압류에 제약이 적다.
예금·급여의 경우 국세징수법시행령, 지방세징수법 등에 따라 185만원 이하의 예금과 월 185만원 이하 급여는 압류가 금지돼 있다. 체납자이더라도 최저생계비는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동산은 압류 이후 공매를 거치는 과정이 복잡해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투자성 자산으로서 별도의 제약없이 즉시 추심이 가능해 징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지방세 체납자라도 해외 수입물품을 압류·추심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국세 체납자에 한해서만 해외 수입물품을 압류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수입물품 체납처분을 세관장에게 위탁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광주시는 지난 6월 29일, 전남도는 7월 6일 관세청에 체납자 수입물품·해외직구 물품 체납 처분을 위탁했다. 법 개정은 지난해 이뤄졌으나, 이들 지자체는 행정안전부, 관세청과 협의를 거쳐 관련 시스템 구축을 마친 뒤 지난달 말부터 해외 수입물품 압류를 시작했다.
1000만원 이상 지방세를 체납해 고액·상습 체납으로 명단이 공개된 이들이 대상이다. 이들이 고가의 물건을 사거나 ‘해외직구’로 물품을 구매하면 세관에서 즉시 압류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체납자가 해외에서 구입한 명품 가방 등 고가 휴대물품, 국내에서 소지하고 출국했다가 입국할 때 재반입하는 보석류, 법인이 구매한 대규모 수입품, 해외 직구로 산 가전·의류제품 등이 압류 대상이다.
2021년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로 등록된 광주 341명(총 체납액 253억원), 전남 294명(총 체납액 137억원)이 대상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오는 11월 발표될 2022년 고액·상습 체납자 광주 361명(125억원), 전남 286명(84억원)에 대한 수입물품 압류도 추가로 의뢰할 계획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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